[단독]학폭 18년만에…'사과' 대신 '제2의 가해' 택한 프로야구 선수

'학폭' 피해자 두 번 울리는 악의적 대응 '논란'
피해자는 트라우마에 목욕탕도 못 가는데 '장난' '관행'이라며 변명 일관
'피해자가 돈 때문에 학폭 폭로했다'며 거짓 주장

그래픽=고경민 기자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받은 유명 프로야구 선수 측이 피해자가 돈을 요구하며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고 주장하는 등 악의적으로 대응해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안겼다.

이에 피해자들과 당시 목격자들이 추가 폭로와 증언에 나서기로 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지난 9일 현직 프로야구 선수 A(34)씨가 학창 시절 후배들에게 물고문을 하고 흉기로 위협하는 등 학교 폭력을 자행한 사실을 피해자가 폭로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단독]"물고문에 흉기 위협"..美 마이너 출신 프로야구 선수 '학폭 의혹')

이에 대해 A 선수 측은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보도는 허위 사실이나 과장된 부분이 많다며 향후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잘못해서 훈육을 한 것이었다', '짓궂은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끼어 있었던 것뿐이다'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 한 피해자는 '물고문'으로 인한 심각한 트라우마 때문에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중목욕탕을 못 가고 있는데 '장난'이란 말로 무마하려고 한 것이다.

A 선수 측은 "애초부터 돈 때문에 접근했다"며 피해자 B(32)씨와 C(32)씨, 그들의 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A 선수는 핑계와 변명을 넘어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2차 가해를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연대해 2차 폭로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CBS 노컷뉴스가 확보한 A 선수와 B씨, A 선수와 C씨의 가족, A 선수 측 대리인과 B씨의 가족, B씨의 가족과 S구단 관계자 등 다양한 통화 녹취록의 맥락을 종합해보면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보상은 필요 없다",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트라우마 탓에 침묵을 택했던 C씨의 가족도 A 선수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분노하며 추가 폭로를 하겠다는 입장을 CBS 노컷뉴스에 밝혀왔다. A 선수 측이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하며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씨의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A 선수가 흉기로 우리 아들을 위협했고, 살충제를 입 안에 뿌렸으며, 숙소 화장실 세면대에 머리를 처박으며 유린했다"라면서 "해당 사건은 그 때 지역 야구계에서는 꽤 유명한 사건이었다"라고 울먹였다.

이어 "우리 아들이나 A 선수나 계속해서 야구를 해야 되기 때문에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면서 "학교폭력 미투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나 또한 아들을 둔 부모로서 A 선수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려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 용서를 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C씨의 어머니는 "하지만 당시 아이들에게 자행한 가혹행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마치 우리를 돈을 바라고 접근한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것을 보고 그 선수에게 진실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해 입을 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선수 측은 피해자들이 돈을 노리고 접근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학교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범죄 경력을 언급하며 악의적인 비방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피해자 B씨는 주장했다 .

피해자 B씨가 연루된 사건은 경찰도 이례적으로 수 차례 수사 과오를 인정한 억울한 사법피해 사건이었다. 또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 사건 수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막바지 심의를 진행 중이다.

A 선수 측이 사안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제기한 B씨의 또 다른 사건의 경우도 20대 초반 야구를 그만두고 어린 나이에 일거리를 찾던 때 무역회사로 속아서 간 곳이었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정상 참작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A 선수 측은 이를 교묘하게 악용해 피해자가 마치 각종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2차 가해를 했다는 것이 피해자의 주장이다. A 선수가 자행한 도를 넘는 학교폭력이 피해자들이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게 한 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데도 이에 대한 사과는커녕 공격하는 핑곗거리로 삼은 것이다.

피해자 B씨는 "18년 전 학교폭력 현장에 있었던 열네 살 아이들이 '폭력과 훈육', '물고문과 장난', '흉기와 장난감', '살충제와 음료수'를 구별하지 못하진 않았다"면서 "당시 관행적으로 이뤄진 체벌과 A 선수가 자행한 심각한 가혹 행위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이야기는 저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당시 기억을 종합해서 어렵게 꺼낸 이야기"라면서 "사과하겠다고 연락을 취해오면서 단지 장난이었을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과거 피해자의 범죄 경력을 들먹이는 게 진심 어린 사과의 자세였는지 되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A 선수 측은 피해자들의 주장에 과장된 측면이 많다면서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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