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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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해피하우스 보증금 피해자 (익명)
전세 사시는 분들. 어느 날 집주인이 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이런 상상해 보셨습니까?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최근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대규모 전세보증금 피해 사건이 발생한 건데 100여 세대의 오피스텔을 가진 건물주가 무려 65억 원의 보증금을 들고 사라진 겁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20대, 30대 사회초년생들이었습니다. 참 기막힌 일이죠.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경찰이 나섰는데 어떻게 1년이 지나도록 이 사람을 못 잡고 있는 건지 궁금하고요. 또 전세보증보험 같은 건 가입하지 않았던 건지 궁금한 게 많습니다. 피해자 얘기 직접 들어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5층에 세들어 사시던 분이세요. 5층 세입자님 안녕하세요.
◆ 피해자>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명 해피하우스 사건, 이렇게 불리던데 해피하우스가 그 건물 이름이라고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등록은 고시원으로 돼 있던데 실제로는 오피스텔이었던 겁니까?
◆ 피해자> 네. 그거를 개조해서 오피스텔처럼 취식이나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 김현정> 고시원으로 등록하면 집주인한테 이점이 있는 거죠?
◆ 피해자>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것 때문에 보증보험도 가입이 안 되고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집주인이 고시원으로 등록을 해 놓고 실제는 오피스텔처럼 세를 준 상황. 그런데 언제 어떻게 전세계약을 체결하셨어요?
◆ 피해자> 저는 2014년 5월에 입주해서 한 7년차 되었습니다.
◇ 김현정> 7년차. 보증금 6500. 몇 제곱미터짜리 방입니까?
◆ 피해자> 한 5평 정도.
◇ 김현정> 그 건물이 근저당 한 20억 원이 잡혀 있더라고요. 그건 알고 계셨어요?
◆ 피해자> 네, 그때 공인중개사 말로 건물 시가가 80억이고 근저당 없는 건물은 없다 이런 식으로 안전하다, 그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 김현정> ‘대출 20억 정도 잡혀 있는 거야 요새 그런 건물들 워낙 많으니까 걱정하지 마시라’ 하고. 보증금도 주변 시세보다 쌌다면서요?
◆ 피해자> 네, 제가 그때 처음 계약할 14년 당시에는 제가 5500만 원에 들어가서 주변 시세보다 최소한 500만 원은 저렴했습니다.
◇ 김현정> 보증금이 500이나 저렴하면 사회초년생들한테는 큰돈이죠.
◆ 피해자> 네.
◇ 김현정> 그렇게 입주한 세대가 총 98세대. 전부 다 전세였나요?
◆ 피해자> 저희한테는 공인중개사나 집주인이 월세가 대부분이다라고 얘기를 했고 다른 분들한테도 6:4다. 전세가 4고 월세가 6이다. 이런 식으로 많이 말씀하셨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전세였습니다.
◇ 김현정> 주로 어떤 분들이 입주하셨어요?
◆ 피해자> 거의 다 막 저처럼 첫 입사를 해서 독립을 많이 하시는 분들. 그리고 20대, 30대 초년생들이 많았습니다.
◇ 김현정> 그렇겠네요. 5평짜리 방이니까. 뭐 가족 수 많은 세대가 살기는 쉽지 않을 거고 그러면 이제 독립가정들, 젊은이들이 많았다 이 말씀이세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 이 해피하우스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언제입니까?
◆ 피해자> 이게 2020년 2월에 경매 개시가 되고 집집마다 이제 강제경매가 개시되었다는 사실이 통지되면서부터는 전부 알게 됐습니다.
◇ 김현정> 경매에 넘어갔어요?
◆ 피해자> 네. 그래서 알아보니까 2019년 초부터 이게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던 거였고 이제 전세기간이 만료된 세입자들한테 하나 둘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는 세대가 늘다가 2019년 8월부터는 임차권 등기가 설정되어 있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면 그때부터는 이사 가는 분들, 보증금 빼달라고 하는 분들한테 (집주인이) 하나도 못 돌려준 겁니까?
◆ 피해자> 네, 하나도 못 돌려주면서부터 등기가 점점 설정되면서 지금까지 연락도 안 되고 강제 경매가 개시된 거죠.
◇ 김현정>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아요? 집주인이 이러저러하다 설명도 없습니까?
◆ 피해자> 2020년 3월까지는 정말 간간히 연락이 왔었는데 그 후로부터는 저한테는 문자를 보내도 전화통화를 시도해도 연락을 피했습니다.
◇ 김현정> 간간히 연락이 될 때는 뭐라고 설명을 하던가요?
◆ 피해자> 곧 해결될 거다 이런 말만 반복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거기 98세대 꽉 차 있을 텐데 그분들은 다 어떻게, 이사 가려면 지금 어떻게 하고 이사 가세요?
◆ 피해자> 저도 이사 간 세대 중 한 명인데 이제 임차권등기명령 설정해 놓고 아무 돈도 못 돌려받고 일단 이사를 했습니다.
◇ 김현정> 경찰에 신고는 하셨습니까?
◆ 피해자> 네, 형사고소로 사기로 신고를 했는데 그냥 증거불충분 무혐의로 끝났습니다.
◇ 김현정> 증거불충분 무혐의라니요?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버렸는데 증거불충분 무혐의라는 말이 무슨 말입니까?
◆ 피해자> 진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인데 경찰은 고소장을 제출한 사람만 피해자로 보고 있고 제가 혼자 고소를 하다 보니까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자 전부를 계산하면 좋은데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러니까 건물 가치 총 대략 한 80억 정도 되는 그 건물 가치에 비해서 저 혼자 고소한 피해액이 현저히 적다고 봐서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건물의 금액이, 가치가 한 80억 되는데 당신 보증금은 6500만 원이다, 그거면 돌려줄 수 있는 수준이라 보고 증거불충분’ 그러니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된 거군요?
◆ 피해자> 네. 그런데 사실 그때도 아예 연락도 피하고 그런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했다는 게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 김현정> 그게 언제 일이에요?
◆ 피해자> 2020년 한 5월쯤에.
◇ 김현정> 아니, 그 98세대 다른 분들한테도 이런 식으로 개별신고가 다 들어갔을 텐데.
◆ 피해자> 네, 그 개별적으로 고소한 한 명만 피해자로 봅니다.
◇ 김현정> 이거는 경찰 쪽 얘기도 들어보고 싶은데 여하튼 ‘무슨 이유인지 이 신고들은 다 기각됐고, 결국 이 집주인을 1년 지나도록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말씀이신 거죠?
◆ 피해자> 네.
◇ 김현정> 전세보증보험이라고 있잖아요. 요즘은 이제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까 봐 세입자들이 전세보증보험을 많이 들어요. 일정액을 내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증금을 다 돌려받을 수 있는 건데 혹시 그거는 안 드셨어요?
◆ 피해자> 네. 그때 제가 계약할 당시 2014년에는 보증보험에 대한 정보나 인식이 흔하지 않아서 그때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가입을 알아봤지만 이제 이 건물에 근저당이 있어서 또는 이게 주택용도가 아니라 근린시설이라서 안 된다는 답을 보험회사로부터 들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고시원으로 등록이 됐기 때문에 보증보험 들고 싶어도 들 수 없다, 안 받아준다’는 얘기. 사실은 2020년, 그러니까 지난해 12월부터는 임대사업자가 임차인한테 선순위보증금 현황, 그러니까 ‘당신이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에 사업이 부도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쯤 받을 수 있다’ 이 순위를 알리도록 무조건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법이 개정됐어요. 그것도 시행되기 전이니까 알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고. 아까 피해자들이 대부분 20~30대 청년이라고 하셨잖아요. 한 분, 한 분 사연들이 절절하시겠는데요.
◆ 피해자> 네. 진짜 저도 2014년에 입사를 하게 되면서 기쁜 마음으로 첫 독립을 시작했고 부모님께서 어렵게 빌려주신 돈이 그 전세금이었고 20대 7년 동안 진짜 열심히 모은 돈이라고 볼 수 있죠.
◇ 김현정> 실례지만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피해자> 저는 31살입니다.
◇ 김현정> 7년간 취직해서 열심히 모은 돈. 그 돈 6500만 원이 지금 그냥 연기처럼 사라졌고 그 집주인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경찰은 찾아줄 생각도 않고 이런 상황이니까 막막하신 거군요.
◆ 피해자> 네. 저도 결혼자금으로 생각했던, 사실은 저한테는 전재산이었거든요.
◇ 김현정> 결혼을 앞두고 계세요?
◆ 피해자> 결혼은 했습니다, 2020년 5월에. 제가 이사한 이유도 3월에 퇴거해서 만약에 (보증금을) 받게 된다면 받은 돈으로 5월에 결혼을 하려고 했던 거였고. 그래서 저도 이사를 한 거였습니다.
◇ 김현정> 결혼 날짜는 잡혀 있는데 전세금을 못 돌려받는 상황이고 그래서 그냥 일단은 신혼집으로 나가신 거군요?
◆ 피해자> 네. 그때 생각하면 그때는 매일 밤 진짜 답답하고 울고 맨날 하루에 한 번씩은 전화해보고 이랬던 것 같은데 그때 생각하니까 또 약간 지금 울컥하는 것 같습니다. 진짜 처음 계약할 당시에는 진짜 입사 꿈 이루고 행복한 나날들이었던 것 같은데 이 2019년 이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진짜 해피하게 살았는데 지금은 제가 뭐 앞으로 뭐 할지 매일 생각하고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이제는 없는 것 같아서 답답하고 그러니까 매일 잠도 안 옵니다.
◇ 김현정>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이제 같이 모여서, 98세대가 모여서 공동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제가 전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뭔가 경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그 집주인으로부터 뭔가라도 받아낼 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바라면서 소식들 전해 주시고요.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 피해자>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거 힘내시라는 말밖에는 제가 드릴 수 없는 마음이 참 안타깝네요.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 피해자>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 가양동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65억 원 규모의 전세보증금 사고. 그 피해 당사자 한 분을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