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인상 깊었던 숫자는 바로 양팀의 리바운드 개수였다.
용인 삼성생명이 팀 리바운드를 포함해 총 33개(공격리바운드 6개)를 잡았고 청주 KB스타즈는 총 31개(공격리바운드 7개)를 기록했다.
외국인선수가 뛰지 않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를 보유한 KB스타즈는 모든 팀들을 상대로 리바운드 우위를 점했다.
정규리그 1위 아산 우리은행이 리바운드 마진(margin) -2.0개로 차이가 가장 적었고 그 다음으로 대등하게 맞섰던 팀이 바로 삼성생명(-2.3개)이다.
KB스타즈는 포스트시즌 들어 강점을 극대화했다. 인천 신한은행과 맞붙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공격리바운드 평균 15.5개를 잡는 등 매경기 상대팀보다 11.5개 더 많은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골밑 득점에 신한은행은 크게 고전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모드로 전환한 박지수의 위력이 대단했다.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은 "알고도 막기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삼성생명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이 같은 KB스타즈의 주무기를 봉쇄한 것이다. 오히려 리바운드 싸움에서 앞섰다.
이는 KB스타즈의 강점 한가지를 지웠을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의 강점을 부각시킨 결과로 나타났다.
속공이 살아난 것이다.
삼성생명의 정규리그 속공 개수는 103개로 부산 BNK 썸(118개)에 이어 2위다. 속공 성공률은 62.4%로 인천 신한은행(64.9%) 다음으로 높다.
반면, KB스타즈는 트랜지션 수비에 취약한 팀이다. 정규리그 속공 허용(111개)이 가장 많았고 속공 저지율은 36.6%로 신한은행(34.4%)과 더불어 리그 최하위권이었다.
속공의 시작은 안정된 수비리바운드부터다.
만약 삼성생명이 박지수의 공격리바운드 장악력을 저지하지 못했거나 공중볼 경합으로 인해 수비리바운드를 따내는 시간이 지연됐다면 속공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수비리바운드를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속공의 위력은 2쿼터 막판부터 드러나기 시작했고 후반에 정점을 찍었다. 삼성생명이 승부의 주도권을 차지한 시간대와 일치한다.
삼성생명은 속공 4개를 성공했고 속공 득점에서 KB스타즈에 9대2 우위를 점했다.
속공 4개 모두 가드 윤예빈이 연출한 작품이었다.
2쿼터 막판에 나온 김보미의 속공 득점은 윤예빈의 스틸에서 비롯됐다. 또 윤예빈은 후반에 기록된 속공 3개를 모두 어시스트했다.
윤예빈이 골밑에서 직접 리바운드를 잡고 달리기 시작해 감각적인 패스로 김한별의 속공 득점과 바스켓카운트, 추가 자유투를 이끌어낸 장면은 1차전의 백미 중 하나였다.
윤예빈은 "나는 항상 리바운드를 잡으면 속공을 시도하는 편인데 1차전에서는 동료들이 더 많이 뛰어줘서 속공이 잘 연결됐다. KB스타즈가 다른 팀보다 수비 전환이 조금은 느리기 때문에 그 부분을 더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예빈은 1차전에서 야투 13개 시도 중 3개 성공에 그쳤다. 하지만 전반적인 공헌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8득점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을 보태며 76대71 승리를 도왔다.
무엇보다 그의 스피드가 승부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윤예빈의 속공 전개 능력은 탁월하다. 정규리그에서 20개 이상의 속공 야투를 성공한 5명 중 한명이다. 속공 성공률은 63.2%로 신한은행의 에이스 김단비(76.7%) 다음으로 높다.
신장 180cm의 장신 가드 윤예빈은 프로 5년차로 정규리그에서 10.6득점, 6.2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무릎 십자인대 부상 때문에 첫 2시즌 동안 14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컨디션이 회복된 지금은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현역 최고의 가드 박혜진(우리은행)은 윤예빈에 대해 "아마추어 시절부터 농구를 정말 잘한다고 들었다. 부상 때문에 실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부상에서 벗어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농구에 눈을 뜰 시기"라고 말한 바 있다.
보완해야 할 점은 많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윤예빈은 자신의 공격과 수비는 잘하는데 찬스를 보고 패스를 내주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1차전 속공 전개 능력에 대해서만큼은 칭찬 일색이었다. "스피드가 있는 선수라 공격의 중간 다리 역할을 잘해줬다. 이렇게 경험을 쌓으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높이 대결은 KB스타즈의 우위라는 평가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스피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삼성생명이 박지수의 골밑 장악력에 고전하는 것만큼 KB스타즈도 삼성생명의 속공과 얼리 오펜스가 부담스럽다. 에이스 김한별과 골밑의 기둥 배혜윤 못지 않게 삼성생명의 팀 컬러를 구축하는 가드 윤예빈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삼성생명은 '언더독' 스토리를 쓰고 있다. 정규리그를 4위로 마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4강에서 1위 우리은행을 잡았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 KB스타즈를 상대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윤예빈은 언더독 평가에 대해 "부담이 덜 되는 것 같다. 자극을 받으면서 악바리 근성도 생긴다"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KB스타즈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9일 오후 7시 용인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