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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조기분양 미리 알았나…열흘전 판교 임대 '무더기' 계약 (계속) |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비공개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2009년에도 10년 장기 공공임대아파트를 5년만에 조기 분양 전환이 가능하도록 한 법 개정 정보를 미리 알고 주요 공공임대아파트에 대거 입주한 정황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추구해야 할 LH 직원들이 조기 분양 전환에 따른 시세차익을 챙기기 위해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아파트까지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5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인근 민간분양 아파트들과는 달랐다. 신청률은 저조했다. 당시 임대료가 분당신도시 전셋값보다 비쌌을 뿐만 아니라 10년 동안 거주해야 분양전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산운마을 13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대형평수에서 미분양이 나기도 했고 10년간 임대료를 내는 부담 때문인지 공실도 많았다"며 "당시 빈 물건이 많아 신청만 하면 대부분 입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상혁 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LH 임직원 10년 공공임대주택 거주현황' 자료를 보면 의아하게도 당시 55명의 LH 임직원들이 (판교 일대에) 대거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없는 공공임대아파트에 LH 직원들은 왜 무더기로 입주한 걸까. 그 이유는 2009년 당시 개정된 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10년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임대 의무 기간의 2분의 1 즉, 5년만 지나면 분양 전환할 수 있도록 한 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경기상황 등을 고려해 임대사업자의 투자자금 조기회수 및 임차인 내 집 마련 기간 단축을 위함"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이때부터 10년을 살아야 분양전환이 가능했던 공공임대아파트는 5년만 지나면 팔 수 있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돼버린 셈이다.
실제로 산운마을 13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115㎡(44평형)의 분양전환가는 10억 원 정도지만 현재 실거래가는 15억 원을 이미 넘었다.
◇조기분양전환 법 개정 직전 LH 임직원 '무더기 계약'
우연히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에 살다보니 정부 정책이 바뀌어 5년만 지나면 분양전환이 가능해졌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여기서 공교로운 건 LH 직원들의 계약 시점이다.
이들은 국토부의 개정안 공고가 나간 건 2009년 4월7일이다. 하지만 LH 직원들은 이보다 앞선 열흘쯤 전인 3월 말 대부분 계약체결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기 분양 전환이 가능해질 것을 미리 알고 대거 입주 행렬에 가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LH 직원들이 조기 분양 전환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판교 공공임대아파트에 투자 목적으로 입주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은 또 있다.
LH는 똑같이 성남 판교에서 2009년보다 3년 앞선 2006년에도 5개 단지 2652가구 공공임대아파트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더 많은 가구를 모집했지만 LH 직원은 단 4명밖에 입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는 10년을 꼬박 채워야 분양전환이 가능했다.
5년만 살아도 조기 분양 전환이 가능해 진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2009년부터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공공임대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박효주 간사는 "LH가 제안을 해서 법이 개정되고 제도가 만들어졌을텐데 추진한 사람들의 명단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내부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LH 직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분양을 받거나 주변에 알려주고, 분명히 이해충돌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