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 막겠다" 정부 칼 뽑고 업계 뭉쳤다…"야당만 외면"

구글 갑질 속 원스토어 성장…입점사·이용자 모두 노린 '혜택' 통했다
앱 개발사 10곳중 4곳 "구글 갑질 경험"…"공정거래법상 지위남용 등 적용"
야당 "구글 수수료 15% 이하로 인하해야"
여당 "수수료율 문제는 논점에서 벗어나"

연합뉴스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 구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적극적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구글이 장악하다시피 한 국내 앱 시장 판도가 바뀔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구글 갑질 방지법'이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국민의힘이 구글의 앱 수수료 인하를 강력히 촉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나, 오히려 구글 갑질을 막으려는 논점을 더 흐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구글 갑질 더는 안 돼" 토종 앱마켓 뭉쳤다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의 반격이 시작됐다. 구글의 수수료 갑질을 보다 못한 이동통신3사가 원스토어를 중심으로 뭉쳤다. KT, LG유플러스가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자회사 원스토어에 26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면서부터다. 통신3사는 단순한 사업 협력에서 벗어나 공동 책임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지분투자는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를 통신 3사가 밀어준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현재 국내 앱 마켓 시장은 구글이 71.2%의 시장점유율로 사실상 독점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모바일인덱스 기준 원스토어는 18.3%, 애플 앱스토어는 10.5%를 차지했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구글이 "인앱 결제(앱 내 결제)를 확대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앱 장터 수수료를 강제하는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앱 장터에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챙긴다. 지금은 게임 앱에만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있다.

이같은 구글의 정책변경에 반사이익을 노린 원스토어는, 올해 연말까지 월 거래액 500만 원 이하 사업자의 수수료를 기존 20%에서 10%로 낮춘다고 밝혔다. 업계의 관행이나 다름없던 인앱 결제도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8년 7월부터 개발사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수수료를 5%로 인하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원스토어의 공격적인 정책은 실적을 견인했다. 2016년 창립 이후 최초로 지난해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거래액도 늘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원스토어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34.4%로 기타 글로벌 앱 마켓의 동기 성장률 18.9% 대비 약 2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원스토어는 IPO를 추진 중이다. 상장 주관사 선정 당시 원스토어의 기업가치는 1조 원으로 평가받았다. 2019년 11월 5천억 원의 평가에서 1년 차이 기업 가치가 2배로 뛴 셈이다. 업계관계자는 "이처럼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 경쟁을 통해 서로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앱 개발사 40%25 "구글 갑질 당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구글을 겨냥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원스토어에 직간접적인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악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것도 원스토어에 호재라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오는 4월 전원회의를 열고 안드로이드 선탑재 등 구글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한 건을 다룰 계획이다. 국내 게임회사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에 구글의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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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또 구글 앱마켓 입점업체 40%가 구글의 ‘갑질’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불공정 거래행위 경험률은 플랫폼별로 구글플레이가 39.9%, 애플 앱스토어는 45.1%, 원스토어는 26.8%였다. 앱 장터 화면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광고비를 낸 적이 있다는 비율은 22.8%였다. 광고비(1개월 기준)는 구글플레이가 평균 1402만원, 애플 앱스토어가 585만원, 원스토어는 272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동원 공정위 시장감시총괄 과장은 "앱 등록 절차 지연, 대기업과의 불합리한 차별 등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이나 차별적 취급 관련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며 "앱마켓 및 숙박앱 불공정 행위 감시를 강화하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글 방지법' 미온적이던 야당 "구글 수수료 인하해야"…여당 "시간끌기" 지적

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구글이 가까운 시일 내에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수수료를 15% 이하로 인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과방위는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7건을 심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외 입법 사례가 없고, 공정위와의 이중 규제 등을 이유로 반대해 법안 처리가 보류됐다.

앞서 구글 측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본사와 30% 수수료를 15% 정도로 인하하는 안을 협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면서다. 그러나 구글은 아직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 구글 로비에 국회가 넘어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과방위 소속 의원 측은 애플이 연수익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하 개발사에 대해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내린 것을 거론하며 "구글의 경우 국내 앱 마켓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정도가 애플에 비할 바 없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하 대상에 대기업까지 포함하는 애플보다 더 강력한 인하를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과 IT업계 등은 야당의 이 같은 성명이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구글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제 수단을 강제하는 것이 문제인데, 수수료율 문제를 거론하는 건 중요한 논점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미 구글이 수수료를 내리겠다고 한 상황에서 야당이 법안 처리를 모두 보류해놓고 이같은 성명을 낸 것은 그저 '생색내기'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인앱 결제 수단을 강제한다는 것"이라며 "발의됐던 법안들 역시 앱마켓 사업자라는 지위가 콘텐츠의 유통경로인데 그 경로를 가진 사업자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게 갑질 하는 문제들을 두고 지적을 하는 것이지만 (야당 쪽에서는) 그런 논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한국웹소설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17개 단체는 지난달 공동 성명을 내고 국회에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를 촉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구글이 거둬들일 비게임 분야 수수료는 최소 885억원에서 최대 1568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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