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가 7일 SNS 게시물 2개에 나눠 올린 긴 입장문 속 핵심은 세 가지였다. △미국 교환학생에서 돌아와 전학 간 새로운 중학교에서 오히려 자신이 유언비어 등에 휘말려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고 △실명 SNS 계정으로 피해를 증언했던 A씨가 3학년 때는 친하게 지냈지만 자신을 괴롭힌 무리였으며 △마지막으로 현재 피해자 모임이 '실체가 없는 존재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혀진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을 두고는 '거짓 선동'과 '가짜 가십거리'라고 지적하면서 "낱낱이 토를 달고 입장표명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져 더이상 기다림이나 타협 없이 움직이겠다. 거짓 폭로와 그로 인해 이어지는 무분별한 비방 또한 똑같은 폭력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입장표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편견 속에서 제 말에 힘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말에 힘을 더하기 위한 많은 증거들이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사실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논란으로 방영이 무기한 연기된 KBS2 금토드라마 '디어엠' 측에는 "피해를 입고 계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박혜수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 4일 KBS 시청자권익센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박혜수의 '디어엠' 하차 청원은 8일 오후 4천명을 돌파했다. 이번 입장문 이후에도 피해자 모임 관계자 SNS 계정에는 여전히 박혜수의 학교 폭력 목격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자신이 학교 폭력 가해를 하지 않았다며 직접 부인한 연예인들은 박혜수만이 아니다. 배우 조병규도, 가수 현아도 그랬다. 조병규는 일주일 만에, 현아는 의혹 제기 당일에 SNS를 통해 입장문을 올렸다. 그렇다면 왜 박혜수에게 등 돌린 여론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일까.
일단 피해자 규모부터 차이가 있다. 박혜수는 해당 모임이 '실체가 없어 보인다'고 했지만 8일 CBS노컷뉴스가 모임 측에 확인한 결과 정확히 피해자 10명이 속해 있었다. 처음부터 이들은 졸업장 인증 등 나름의 절차를 거쳐 모임을 구성했고, 현재 증인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가계정이 아닌 실명 SNS 계정을 통해 박혜수를 가해자로 지목한 이들도 있다. 이들을 모두 '박혜수를 음해하기 위한 세력'으로 보기에는 산발적인 연쇄 고발 형태라 다소 무리가 따른다.
2주 넘게 이어진 침묵도 '악수'로 작용했다. 그동안 사건은 이미 몇 차례 변곡점을 지났다. '디어엠' 방영이 무기한 연기됐고, 피해자 모임 측과 박혜수 소속사 사이 공방이 오갔다. 이런 상황들 탓에 모두가 박혜수의 충실한 '직접' 해명을 기다렸다.
그렇게 나온 입장문이지만 상당수 의혹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단 구체적 피해 증언들에 대한 해명보다 자신의 피해와 감정호소만 강조해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실제 신체 폭력 등이 포함된 학교 폭력은 친한 무리 내에서 위계 서열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일 가능성이 있다면 '내가 받은 피해'와 '내가 저지른 가해'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지금까지 알려진 박혜수의 학교 생활과 이번 입장문 속 피해 증언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생활기록부를 보면 중학교 1~3학년 내내 박혜수는 '급우간에 인기가 높고' '자기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하고'(1학년)·'주관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하며' '지도력이 뛰어나고'(2학년)·'리더십이 강하고 친구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학생'(3학년)이었다.
박혜수의 아버지 박모씨 역시 지난달 23일 피해자 모임 측과 가진 통화에서 "(자신은 딸이) 지도력이 있고, 친구들이 워낙 많았고, 즐겁게 리더십을 발휘한 것만 봤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들을 미뤄봤을 때, 학교 폭력 피해를 당해 수 년 동안 상담을 받고 위축된 생활을 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본인이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대응을 예고한 만큼 박혜수를 둘러싼 학교 폭력 의혹은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박혜수가 자신의 가해 의혹을 해소할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 다시 대중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