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심 끝에 선택했던 당대표직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가져와주지 못하면서 홀로서기에 나서게 된 이 대표 앞에는 넘어야 할 산이 여럿 놓여있다.
◇당대표 재임기간 반토막 난 지지율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국무총리를 마친 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 공천을 무난히 받았고, 민주당 4·15총선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추대될 정도로 지지율이 높았다.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해 180석을 차지하면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자 50%에 가까운 지지율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대표 취임 후 불거진 각종 현안에 특유의 중도적인 성향과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의 목소리 사이를 오가며 대응한 탓에 자신만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비위 사태와 관련해서는 피해자를 피해고소인이라고 지칭해 논란을 일으켰고, '추미애-윤석열' 사태에서도 중재보다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옹호한 탓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한 것은 이 대표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놀란 민주당 지도부가 긴급 회동에 나서며 이 대표의 발언을 거둬들였지만, 차츰 이 대표의 스타일에 적응해가던 친문 지지층이 이미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이 대표의 고향이자 민주당의 안방과도 같은 호남 민심마저 돌아서면서 지지율이 10% 초반까지 곤두박질쳤다.
◇엇갈린 여론조사…박스권이냐 반등세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유권자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2.4%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여권 주자인 이 지사가 24.1%, 이 대표가 14.9%로 뒤를 이었다.
윤 전 총장은 문화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7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28.3%로 각각 22.4%와 13.8%를 얻은 이 지사와 이 대표를 제쳤다.
이 대표는 두 조사에서 모두 14% 안팎의 지지율로 3위를 기록, 박스권에 갇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리얼미터가 전국 유권자 253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2~26일 실시해 지난 1일 발표한 대권주자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p)에서는 이 대표의 반등세가 확인됐다.
1위는 23.6%를 기록한 이 지사였지만, 이 대표의 지지율이 지난 1월 13.6%에서 15.5%로 오른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이번 조사 전까지 같은 조사에서 반년 넘게 하락을 거듭했다.(모든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서울·부산 보궐선거 올인
이 대표는 지난해 당대표 재임 중 당헌을 고쳐가면서까지 민주당 후보를 내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도덕적 비난이 적지 않겠지만 시민들의 선택을 받게 된다면 이를 만회함은 물론 대선을 앞두고 서울과 부산이라는 거대 지역구를 지켜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 대표는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상황 속에서도 직접 선거대책위원장과 가덕도 신공항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선거 최일선에 나선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이 대표의 정치활동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인 만큼 이 대표로서는 자기 선거보다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며 "서울을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과일 텐데, 부산까지 가져오게 된다면 대선 행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판세는 녹록치 않다.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워오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전격 사퇴하며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끌어올리고 있는 데다, 이른바 'LH사태'로 불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부정투기 의혹으로 인해 여당 지지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이 대표는 8일 민주당 중앙선대위 첫 회의에서 "시민 여러분께서 얼마나 큰 분노와 실망을 느끼실지 저희도 아프도록 잘 알고 있다. 정말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인 후 "이런 일에 대해 가장 강력히 응징하고, 가장 강력한 재발방지대책을 최단시간 내에 수립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주도해 성사시킨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이번 사태를 대규모 경제비리 사건 수사 경험이 없는 국가수사본부의 수사와 국무총리실·국토교통부 등 부처 공무원들의 조사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신복지제도 드라이브와 제3후보론 극복도 과제
현재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을 골자로 한 '기본 시리즈'를 자신의 정책으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고, 현직 총리인 정 총리는 중도 성향답게 개혁과 포용을 동시에 강조하며 이 지사 등 경쟁자들을 견제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여당 대표로서 통과시킨 코로나19 대응 4차 재난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는 이미 적지 않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국민생활기준 2030' 신복지제도를 가다듬고, 경제·남북·외교 등에서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 측은 LH사태라는 악재를 딛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둠으로써 반등에 성공한 후 복지제도 아젠다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경우 대선 경쟁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하나의 숙제는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3 주자론'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 뿐 아니라 이 지사 또한 지지율이 20% 중반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가리켜 '한계'로 규정하며 새로운 주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당내 친문 인사들은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충분하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판세를 지켜보는 중이다.
때문에 이 대표로서는 아직 '친문 적자'로 부를만하면서 동시에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후보가 마땅치 않은 점을 염두에 두고 빨리 지지율을 높임으로써 아직 이 지사에게 적지 않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당내 친문 표심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이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그간 직분과 책임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각종 개혁입법과 코로나19 대응에 매진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이낙연만의 정치를 보여줄 때가 됐다"며 "보궐선거 승리로 반등에 성공하고, 신복지제도 등 다양한 정책과제를 통해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다양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시 대표주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