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이들은 다른 직책을 거치거나 일정한 공백 기간을 거친 뒤 국회의원이 됐다.
특히, 이들은 정치적 조연이었을 뿐 주역이 된 적은 없다.
윤석열은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최초의 검찰총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대선 무대의 당당한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8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2.4%의 지지율로 24.1%의 이재명 지사를 멀찌감치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이쯤이면 윤풍(尹風)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지 사흘 만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한 망국의 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곁들이며 검찰 직접 수사를 촉구했다.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 소관이 됐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자신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관여했고 여야 합의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찰 소관 업무를 검찰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하는게 바람직했을 것이다.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지 일주일도 안돼 특정 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사퇴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검찰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없이 사퇴한지 얼마 안된 검찰총장이 국정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치권 올라타기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특정 언론사를 돌아가며 현안에 대해 잇따라 언급하는 것은 노회한 정치인의 언론플레이를 닮았다.
윤석열이 장제원 의원의 말대로 야권의 새로운 여왕벌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말대로 윤석열에게 '별의 순간'이 온 것일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은 분명히 정치인의 행보를 보이면서도 정치 입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면 정체성부터 분명히 하는게 옳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부정비리와 국정농단 수사,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 대한 입장부터 설명하는게 맞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윤석열 전 총장이 이끌었던 현 정부의 각종 비리와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해서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게 할 것이다.
검찰총장 윤석열과 정치인 윤석열은 다르다.
자칭 헌법주의자 윤석열은 이전 정부 수사와 현 정부 수사 전체로 평가받는게 온당하다.
정치인 윤석열이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자신의 정치적 명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성급하게 언급하며 어설픈 정치인 흉내내기를 하는 것 보다는 당분간 헌법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게 바람직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