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에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에 대해 정부가 조사 중인 가운데 농민들은 책임자를 처벌하고 농지법을 전면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현장은 농민들과 LH직원들 사이 수차례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일촉즉발 상태로 치닫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소속 농민들은 8일 경남 진주에 있는 LH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3기 신도시 LH 직원들이 투기한 땅 중 98.6%가 농지라는 사실에 분노한다"며 "가장 만만한 투기 대상 중 하나가 '농지'라는 점에 망연자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 121조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헌법 정신을 무시한 농지법에는 빈틈이 있다"며 "이 때문에 LH 직원이 토지 경매 1타 강사로 친절하게 농민이 아니면서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기업과 투기꾼들은 이를 토대로 대규모 농지투기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투기꾼 등 비농민의 농지소유비율이 전국 농지에 70%에 육박한다고 농민들은 보고 있다. 농민들은 특히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 농민들은 이같은 농지투기로 인한 농지 땅값 상승으로 자신의 농지를 갖지 못한 '현대판 소작농'이 만연하다"며 "농지법은 허술하고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비판했다.
현행 농지법에 따라 농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지자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한다.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소재지, 면적, 주재배 예정 작목, 노동력과 농업 장비 확보 방안을 적어야 한다. 비농업인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하는 것을 규제하고 헌법 제121조에 명시된 농사짓는 사람이 직접 땅을 소유해야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농민들은 이어 "경자유전의 헌법정신에 부합되도록 농지법을 전면 개정해 농사 짓는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하게끔 규정을 명확히 해 농지투기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비농민이 소유한 농지투기는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표준 공시지가를 적용해 국가가 매입하는 방법 등으로 투기를 막고 농지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만 전농부경연맹 의장은 "농지투기를 수수방관하고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무능한 농식품부 장관을 경질하라"며 "제식구를 감싸며 범죄행위 두둔하는 자격 없는 국토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현장은 일촉즉발 상태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퍼포먼스를 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LH직원들과 실랑이가 수차례 벌어지면서다. 실랑이 끝에 농민들은 정문 비석에 'LH한국농지투기공사'라는 현수막을, 게양대에는 같은 내용을 담은 깃발을 내걸었다. 농민들은 LH직원과 건물에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LH 한 간부는 농지법 전면 개정 등을 담은 요구서를 전달받고 "농민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LH는 2시간여 뒤 농민들이 걸어 놓은 현수막과 깃발을 모두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