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시대전환 조정훈 후보와 단일화에 승리했지만,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와 단일화 룰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엔 합의했지만 실무 협상이 미뤄지며 샅바싸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영선, 1차 단일화 넘었지만…김진애와 협상 교착
당초 범여권 후보 단일화 이슈는 범야권에 비해 주목도가 높지 않았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여권 후보군 중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한 인물이 사실상 박 후보로 수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원직 사퇴까지 불사하며 김 후보가 배수진을 치고 나서자 박 후보는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는 특히 '성추행' 논란 당사자인 고(故) 박원순 전 시장 관련 이슈를 재차 꺼내들며 박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시장의 공과를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며 "이번 선거가 박 전 시장의 유고로 인해 치러지는 만큼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층 표심을 고려해 박 후보가 박 전 시장 관련 평가를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면서 강성 여권 지지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박 후보는 김 후보의 이같은 입장 요구에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조 후보와 단일화를 발표하는 시간"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 후보 측은 신속한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김 후보 측은 3차례 이상 양자 토론을 제안하는 등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 측은 이날 김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조만간 단일화 절차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야권 단일화' 합의했지만…오세훈‧안철수 샅바싸움 장기화 조짐
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초중반쯤 안 후보와 만나기로 조율했는데, 첫 만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고, 안 후보도 "후보등록일인 오는 18~19일 전에 합의할수 있도록 가급적 빨리 만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론 조속한 '후보 단일화'에 양측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물밑 기류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격자 입장인 오 후보 측은 제1야당 후보로 선출된 이후 당 지지세를 바탕으로 컨벤션 효과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 측은 현재 추세를 반영하면 빠른 단일화 진행이 유리하지만, 단일화 일정 연기도 큰 손해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협상이 늦어질수록 TV토론 등 상호검증 기회도 줄어들어 야권 내부 토론 과정에서 약점이 노출될 가능성도 감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일단 당내 공동선대위 구성 이후 단일화 협상팀을 만들어 준비할 것"이라며 "아직은 당내 경선이 끝난 지 얼마 안돼 조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 지지세가 있어서 점점 지지율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에 단일화 협상을 위한 회동 제안을 했지만 실무팀 구성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최종적으로 본선에서 여당 후보를 꺾는 게 이번 선거의 목표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