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눔의집을 운영하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기부약정서를 위조해 유산을 빼돌리고, 정부지원금 수억원을 부정수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소장이 다시 위안부 단체를 설립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안 전 소장은 지난달 22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연구소'라는 사설 기관을 설립했다.
연구소 홈페이지를 보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조사 및 연구'가 단체 설립의 주된 목적으로 나온다. 고(故) 김순덕,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그린 그림 수십장과 안 전 소장이 직접 쓴 위안부 관련 논문 등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또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단체 주소는 경기 김포에 있는 안 전 소장 아내 A씨 소유의 건물로 확인됐다.
안 전 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나눔의집을 그만둔 뒤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 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지난 20년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개인적으로 연구소를 설립했다. 철저한 비영리 목적의 단체"라고 밝혔다.
안 전 소장은 '위안부'라는 말 대신 '성노예'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는 일본군의 가해 행위를 은폐하는 용어"라며 "성노예 피해자라는 단어가 옳은 표현이다. 이 표현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관련 연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 비판하며 첫 공식 활동…"논문 즉시 폐기해야"
안 전 소장은 최근 정대운 경기도의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유족회 등과 함께 경기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첫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인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를 비판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아직도 피해자들을 향해 반역사적 망발과 모독을 하고 있다. 국회가 이런 역사 왜곡과 망언을 예방하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선 '부적절' 비판도…"할머니 재산 빼돌린 혐의로 재판 중인데…"
하지만 안 전 소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나눔의집 후원금 유용 논란을 겪으면서 결국 사기 등 혐의로 재판까지 받게 된 안 전 소장이 재판 중 또 다시 위안부 관련 단체를 설립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나눔의집 일본군위안부역사관 관계자는 "할머니 기부약정서를 위조해서 유산까지 빼돌린 혐의로 기소가 된 사람이 다시 피해자 단체를 만들었다"라며 "할머니를 위한 활동을 통해 재판에 소명하려는 목적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끝까지 피해자를 이용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 홈페이지에 있는 그림들도 무단으로 도용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나눔의집에 근무할 때 할머니들한테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진정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안 전 소장은 "연구소 활동을 개인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라며 "안그래도 연구소 설립이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 돼 법률적인 자문도 받았다. 재판과는 무관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림의 저작권은 할머니들에게 있지만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단 도용이라는 것은 지나친 비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나눔의집 안 전 소장과 김 전 사무국장은 지난 1월 사기와 지방재정법 위반,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업무방해,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의 첫 재판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