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잠행을 이어가며 정치인 변신을 위한 채비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4·7 재보선 전 표심을 흔들 메시지를 꺼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윤 전 총장에 대해 "보궐선거 전에 정치적 행위는 안 할 것 같다"며 "보궐선거 이후에는 두고 보면 알겠지만 자기 역량을 최대 한도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깊이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함께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두고 봐야 안다"며 "국민의힘이 많이 변화해서 국민의 호응을 받으면 본인도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분간은 좀 쉬었다가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겠냐"고 봤다.
권 의원은 "어떻게 정치를 할 것인지는 본인이 이제 구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는 아니고 조금 더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직과 세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보완하고, 정치철학과 비전, 콘텐츠를 제시하기 위한 제3지대의 출발선의 기존 정치 문법이다.
보궐선거 이후 야권의 재편 국면은 물론 대권 경쟁에 따라 빚어질 수 있는 여권의 지형 변화도 그가 시간을 갖고 지켜볼 대목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여전히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해지자)이라는 문구가 달려 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연말 즈음 적힌 것으로 알려진 문구로,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대사다. 거대한 청새치를 며칠 간의 사투 끝에 잡는 과정에서 노인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다.
반면, 윤 전 총장이 현 정부를 겨냥한 작심 비판 메시지로 야권에 강한 자리매김에 일찌감치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야권의 선거 프레임인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는 역할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권은 윤 전 총장의 사퇴를 정치행보로 맹비난하면서도 보궐선거 영향력에 촉각을 세운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같은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 사퇴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보궐선거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질문받자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사퇴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노골적 러브콜을 보내면서도 수장이 없는 검찰에 대한 걱정 한 마디 없었다"며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 등 추진도 보궐선거 이후로 속도조절에 나선 기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