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공무원은 "철도 사업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실무를 역임했던 공무원이 이해충돌 소지를 일으키고 사전 투기를 했다는 의혹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지역 시청 소속 A 과장은 지난해 9월 부인과 공동 명의로 시 일대의 땅 800여평과 그 위에 있던 건물을 모두 약 40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34억원은 담보대출을 받았고, 나머지는 신용대출 등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A 과장이 구매한 땅에서 약 50m 떨어진 지점에 지하철 역사 설치가 유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에서 진행한 도시철도 연장사업에서 정거장으로 지목된 지역이다.
해당 도시철도 연장사업은 지난 2016년 마련됐다. 이후 기본계획 승인과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등을 마쳤고, 2019년 초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사업 선정 뒤, 같은 해 11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완료됐다.
이를 종합하면 철도연장사업을 담당했던 공직자가 이후 역사가 들어설 예정지 인근에 수십억원대 땅을 구매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셈이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도시철도 연장 사업안에 따르면 노선 후보는 총 5개이고, 역사는 4곳이 신설된다. A 과장이 매입한 땅은 후보 5개 안 모두에서 중간 정거장 역할을 하며 위치가 변동되지 않는 유일한 곳에 인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노선으로 결정되더라도 '역세권'의 혜택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의혹에 A 과장은 CBS노컷뉴스와 만나 "시에 지하철이 들어선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이라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고, 담당 업무를 했지만 이후 다른 부서로 이동해 업무를 모르는 시점에 땅을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은퇴 후 사업을 하기 위해 땅을 구매했다"며 "개발 호재를 노리고 산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인근 주민 등은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막연한 소문만 있었다고 밝혔다.
한 상인은 "뒤쪽으로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얘기만 알고 있지, 역사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 또한 "지하철 정류장이 어딘지 아직 발표는 없고, 예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작년 9월쯤 땅을 파고 있길래 가서 물어보니 '역사가 들어올 곳'이라고 하더라"면서 "나도 그때서야 대략 이쯤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만 확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A 과장은 "노선 같은 건 경기도에서 용역을 줘서 정해지기 때문에 나에게는 권한도 없을 뿐더러, 미리 알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이 땅 바로 옆에 있는 600평대의 땅을 2015년쯤 구매했다"며 "이 땅이 출입구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땅 주인은 내가 모두 사주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땅 주인이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서 자산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친분이 있던 나에게 싼값에 사라고 권유해서 고민 끝에 사게 된 것"이라며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도 구했지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