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변수 대선판 흔들까…"쓴맛 볼 것" vs "자체발광"

정계 길 텄으나 당분간 행선지 안 정할 듯
야권 지지율 1위지만 보수에선 '반신반의'
손잡으면 기득권 이미지, 제3지대 가능성도
반짝 효과 그칠까 아니면 반문 규합할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검찰총장직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제는 모두 그가 '나올 것'이라고 보게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돌연 직을 내려놓으면서 그동안 반신반의하던 여야 정치권에서는 그의 정계 진출, 즉 차기 대권 도전을 상수로 놓고 득실을 따지고 있다.

앓던 이 빠진 듯 마음껏 힐난하는 쪽과 정권 책임을 지적하는 쪽이 맞서지만 분명한 건 당분간 그의 행보가 거대양당에 상당한 파급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분간 행선지 명확히 하지 않을 전망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습니다"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내놓은 이 메시지를 두고 정치권에선 '곧 정계로 입문하겠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해석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황진환 기자
그렇다고 바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법치 수호'라고 자신이 내건 사의 명분이 흐려질 수 있기에 적어도 올가을까지는 행선지를 명확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권 압박이 거세진 점이 부담이었겠지만, 검사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1년 전에 사직하도록 한 이른바 '윤석열 금지법'이 국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을 의식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구속수사 주도했기에

그의 정계 입문 전망에 야권은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지지율로 그에게 필적할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여권 주자와 함께 여론조사 1~3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그간 윤 총장 행보를 줄곧 두둔하던 국민의힘이 실제 그와 손을 잡을 지는 미지수다.

자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 구속 수사를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주도했던 게 바로 윤 총장이었던 탓이다. 보수 진영에선 윤 총장이 어느 편인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창원 기자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윤 총장이 별의 순간을 포착한 것 같냐'는 질문에 "내가 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언제고 만날 기회가 있으면 만나지 않겠나"라며 거리를 뒀다.

윤 총장 입장에서도 국민의힘 조직과 세력이 매력적이겠지만 '기득권'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밖에 없다.

내로라하는 선발주자들과의 경쟁도 넘어야 한다. 당 밖에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경우 "검찰총장답지 않은 정치 행위"라며 벌써부터 반발하는 모습이다.

반면 윤 총장이 야당과 선을 긋고 행보를 이어간다면 순수성은 지킬 수 있겠지만 자칫 양당 사이에 어정쩡하게 낄 우려가 있다. '새정치'나 '제3세력화'를 내세웠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전철을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자체발광 스타일" VS "쓴맛 볼 것"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이한형 기자
대권 가도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권력 상층부 압박에 아랑곳하지않고 거침없이 수사하던 모습이 이미 대중 뇌리에 각인 됐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감각까지 키워갔다는 점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낙관론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대통령 눈치 보던 고건, 맷집 없던 반기문, 이름을 먼저 알린 황교안과 달리 윤 총장은 자체 발광한 스타일"이라며 "투쟁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만큼 기존의 인물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거란 반론도 있다. 대체로 여권에서 그런 해석을 제기한다.

"정치의 쓴맛을 볼 것(검사 출신 민주당 의원)", "링에 서주면 우리 입장에서 땡큐(민주당 중진)", "공직에서 나와 1년 만에 된 사람은 없다(민주당 중진)", "조직도 세력도 없다면 사람들이 얘기를 들어줄까(친문 재선)"

이처럼 반짝 효과에 그칠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든 모든 세력을 규합할 수 있을지, 당분간 대선판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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