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돌연 직을 내려놓으면서 그동안 반신반의하던 여야 정치권에서는 그의 정계 진출, 즉 차기 대권 도전을 상수로 놓고 득실을 따지고 있다.
앓던 이 빠진 듯 마음껏 힐난하는 쪽과 정권 책임을 지적하는 쪽이 맞서지만 분명한 건 당분간 그의 행보가 거대양당에 상당한 파급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분간 행선지 명확히 하지 않을 전망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습니다"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내놓은 이 메시지를 두고 정치권에선 '곧 정계로 입문하겠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해석하고 있다.
여권 압박이 거세진 점이 부담이었겠지만, 검사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1년 전에 사직하도록 한 이른바 '윤석열 금지법'이 국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을 의식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구속수사 주도했기에
그의 정계 입문 전망에 야권은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지지율로 그에게 필적할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여권 주자와 함께 여론조사 1~3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그간 윤 총장 행보를 줄곧 두둔하던 국민의힘이 실제 그와 손을 잡을 지는 미지수다.
자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 구속 수사를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주도했던 게 바로 윤 총장이었던 탓이다. 보수 진영에선 윤 총장이 어느 편인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윤 총장 입장에서도 국민의힘 조직과 세력이 매력적이겠지만 '기득권'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밖에 없다.
내로라하는 선발주자들과의 경쟁도 넘어야 한다. 당 밖에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경우 "검찰총장답지 않은 정치 행위"라며 벌써부터 반발하는 모습이다.
반면 윤 총장이 야당과 선을 긋고 행보를 이어간다면 순수성은 지킬 수 있겠지만 자칫 양당 사이에 어정쩡하게 낄 우려가 있다. '새정치'나 '제3세력화'를 내세웠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전철을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자체발광 스타일" VS "쓴맛 볼 것"
권력 상층부 압박에 아랑곳하지않고 거침없이 수사하던 모습이 이미 대중 뇌리에 각인 됐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감각까지 키워갔다는 점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낙관론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대통령 눈치 보던 고건, 맷집 없던 반기문, 이름을 먼저 알린 황교안과 달리 윤 총장은 자체 발광한 스타일"이라며 "투쟁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만큼 기존의 인물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거란 반론도 있다. 대체로 여권에서 그런 해석을 제기한다.
"정치의 쓴맛을 볼 것(검사 출신 민주당 의원)", "링에 서주면 우리 입장에서 땡큐(민주당 중진)", "공직에서 나와 1년 만에 된 사람은 없다(민주당 중진)", "조직도 세력도 없다면 사람들이 얘기를 들어줄까(친문 재선)"
이처럼 반짝 효과에 그칠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든 모든 세력을 규합할 수 있을지, 당분간 대선판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