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일 서울시장 후보로 오 전 시장을 확정하면서 야권 대진표가 확정됐다. 지난 1일 제3지대 후보로 뽑힌 안 대표와의 최종 승부에서 이긴 사람이 야권 단일 후보로 본선에 진출한다.
단일화 룰을 두고 물밑 신경전을 벌여온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대진표가 드러난 직후 각 후보 캠프를 중심으로 협상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양측은 단일화 방식과 시기, 기호 선정 등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단일화 시기와 관련해선 안 대표 측은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오 전 시장과 가급적 빨리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군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현재 추세를 반영한 단일화 여론조사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오 전 시장은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당 안팎의 예상을 깨고 나경원 전 의원을 꺾은 오 전 시장 입장에선 '역전 드라마'의 컨벤션 효과를 누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나 전 의원을 약 5%포인트 차이로 따돌렸지만, 여성 가산점을 제외하면 실제 9%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오는 18~19일 전까지 TV토론 등 상호 검증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끌어올려 안 대표를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최종 후보로 확정된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부터 제 일정은 개인 일정이 아니라 당 후보의 일정인 만큼 당과 긴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최종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시민경선단 구성과 TV토론평가단, 기호 선정 등 그동안 양측이 이견을 보인 쟁점들이 산적한 상태다.
국민의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3일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여론조사 방식 이외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이 본경선에서 활용한 100% 일반여론조사 대신 시민경선 투표, TV토론평가단 등을 혼합해 최종 결과에 반영하겠다는 셈이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후보끼리 의논해보겠다"고만 했고, 오 전 시장은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선 순간적 판단으로 말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오 전 시장 측은 후보등록일까지 약 2주간 여유가 있는 만큼, 이 시간을 활용해 시민경선평가와 TV토론평가 등을 적용하면 안 대표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대표 측은 표면적으론 TV토론 등 상호 검증엔 동의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당 조직력을 활용해 선두 주자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단일화는) 후보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시장이 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며 "한 당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야권 전체가 이기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기호 2번' 논란도 여전히 남아있다. 최종 야권 단일후보로 오 전 시장이 선출되면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안 대표로 확정될 경우 기호 2번 출마를 위해선 국민의힘 입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기호 4번 고수는) 안 대표 본인이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정확하지 않지만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대표를 연일 저격한 가운데 단일화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기호 2번이 아니면 선거를 도와줄 수 없다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안 대표 압박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보궐선거 당선이면 임기 1년짜리 시장인데, (시장으로) 들어가면 바로 일을 하는 사람이 들어가야지 새로 들어가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며 "(단일화 승부에서 오 전 시장이) 무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안 대표가 최종 야권 후보로 확정될 경우, 김 위원장의 이같은 독설이 결국 안 대표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압박성 발언이라고 보기엔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사실 '기호 2번' 논란도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화제를 만들어 주목도를 높인 게 김 위원장의 전략이라고 믿고 싶다"며 "만일 안 대표로 단일화가 된 이후에도 저격 발언을 이어간다면 당내 의원들이 가만히 두고 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