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의표명 지켜보자마자 文대통령 "수리합시다"…1시간만에 초스피드 수용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 수용은 전례없이 '초스피드'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윤 총장의 사의 표명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곧바로 "수리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직후에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으로 내려와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을 생중계로 발표했다. 1시간 남짓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문 대통령이 빠르게 사의를 수용한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배경설명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윤 총장이 직을 내려놓으며 한 발언에 대해 불쾌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그동안 정말 많이 참았다"며 "윤 총장이 하는 발언을 보고 사의 수리를 바로 안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신현수 민정수석도 교체했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CBS보도로 알려진지 17일만, 신 수석이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한지 11일만이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서 문 대통령과 법무비서관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진국 감사위원이 후임으로 발탁됐다.
민정수석 교체도 당초 예정된 일정을 며칠 앞당겨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사의를 수용함과 동시에 신 수석의 거취까지 정리한 것은 더이상 검찰 관련 이슈에 끌려다니지 않고 일단락 짓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靑 민생 현안에 집중하며 檢 이슈에선 한발 떨어질 듯, 與 강경 기류가 관건
특히 국민의힘 내부 경선이 마무리되는 등 본격적인 4월 재보궐 선거 국면에 접어든 만큼 검찰 개혁 이슈에 매달릴 이유도, 여유도 없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는 블랙홀처럼 정국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선거 국면에 따라 이슈도 자연스레 정해지게 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청와대는 코로나19 방역과 재난지원금 등 민생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 검찰총장 임명 등의 절차도 차분히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법무부 입장에서는 후임 총장 임명을 서두를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 여전히 강경한 흐름이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검찰 개혁 추진은 그대로 갈 것"이라며 "윤 총장 사의 표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법안 발의는 국회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이 떠난 형국에 오히려 청와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의힘 재보궐 후보 경선 결과에서도 드러났듯 야당 지지세력이 점차 중도화 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여권에는 안좋은 신호"라며 "검찰 개혁 등 핵심 이슈를 중재하는 청와대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