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 사퇴를 계기로 권력 수사 좌초 등 여러 우려가 나오지만 당분간 검찰 안팎에서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오히려 수장의 공백을 깨고 차기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가 추후 검찰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 총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한 4일 검찰은 공식적인 외부 언급을 자제한 채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정치 행보에 다소 불만을 드러내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검사들은 '이미 예견된 사퇴'라는 목소리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윤 총장이 이 시기에 직을 던진 건 정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며 "자칫 조직을 이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검찰 후배들이 윤 총장이 정치를 한다면 얼마나 동의할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반대로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여권에서 중수청을 만들어 사법 시스템의 틀을 깨겠다는 마당에 총장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이상하다"며 "(중수청 법안이) 발의되고 사퇴하면 오히려 생뚱맞을 수 있다. 적기에 사의 표명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차기 검찰총장이 오기 전까지 일단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의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며 "물론 총장이 없으면 현실적인 애로는 있겠지만 조 차장 대행 체제에 큰 우려는 없다. 현안 사건 맡은 검사들도 마음을 부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한 차장급 검사도 "권력 수사가 좌초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조 차장이 대행하는 상황에서 큰 기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차장은 지난해 8월부터 대검 차장을 맡으면서 윤 총장의 참모로서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 사퇴의 본격적인 후폭풍은 차기 검찰총장 임명 시점에 점화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차기 총장에 어떤 인물이 오는지에 따라 정부·여당과 검찰의 관계 설정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조 차장은 검찰과 현 정부 양측에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가 윤 총장 재임 기간 동안 지속돼온 검찰과의 파열음을 정권 말에 들어 해소하는데 방점을 둔다면 조 차장이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윤 총장 징계 당시 추 전 장관에게 반기를 들고, 최근 검찰 인사 과정에서도 법무부에 불만을 드러내며 여권과 갈등을 빚은 점은 변수로 꼽힌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만약 조 차장을 차기 총장으로 임명한다면 그건 현 정부로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의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갈등 해소보다 남은 1년여의 임기 동안 검찰개혁의 완수를 목표로 한다면 이 지검장이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지검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이자 검찰 내 대표적인 친여(親與) 성향으로 불린다.
지방의 다른 부장검사는 "사사건건 윤 총장과 대립하고 어떻게든 내보내려 한 정부에서 차기 총장 자리에 재차 갈등이 예상되는 인물을 앉힐리가 만무하다"며 "지금 상황에서 차기 총장은 이 지검장이 가장 유력하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비(非) 검사 출신의 총장 중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갈등 봉합이나 개혁 추진을 넘어 검찰과의 관계를 아예 새롭게 설정하는 카드다. 차기 총장은 오는 5월쯤에야 임명돼서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총장은 4일 마지막 퇴근에 앞서 측근들과 만나 1시간 가량 사퇴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국가의 부패 대응 역량이 약화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 제도는 문제가 있다"며 "내가 나가서 그 부분이 잘못되지 않도록 노력할테니 남은 사람들도 안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