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별을 잡으려는 검찰총장, 어둠을 맞이하는 검찰조직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
별을 따러 나선 듯, 정치적 언어 쏟아내
살아있는 권력에 맞설 때 사퇴했어야
별은 어둠이 있기 때문에 빛나는 것
정치권 직행은 검찰조직에 더 큰 부담, 신중히 판단해야

스마트이미지 제공
'별의 순간'이 왔다고 판단한 것일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결국 사퇴했다.

사퇴의 변은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만큼 현재권력으로부터 탄압을 받은 검찰총장은 역대 정권에서 없었다.

때문에 윤 총장은 검찰조직의 수장으로서 뿐 아니라 항상 정치권의 뇌관이 되어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검찰총장직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윤석열 총장의 사퇴보다 다음 행보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윤 총장의 정치권 진출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이미 정치권 진출을 시사했다.


4일 사퇴의 변에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에 맞서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을 친다)이라는 그럴 듯한 여의도식 정치적 키워드도 제시했다.

일찍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별의 순간이 왔을 때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총장은 지금이 그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별을 쫓는 아이와 윤석열 검찰총장. 네이버 블로그 캡처·황진환 기자
그런데, 별을 잡으러 나선 시기와 명분이 아쉽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전 법무장관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원전 비리 의혹 수사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때 때 빛이 났다. 국민들의 응원이 폭발했다.

그러나, 4일 사퇴의 명분은 검찰 밥그릇 지키기로 보일 수 있다.

중대범죄수사청과 수사·기소권 분리가 현실을 무시한 성급한 정책이지만 윤 총장이 이를 사퇴의 명분으로 삼은 것은 검찰조직이기주의로 보기에 충분하다.

이제부터 자의든 타의든 법조인 윤석열 보다 정치인 윤석열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정권의 압력과 그의 저항은 정치인 윤석열의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이한형 기자
그러나, 정권에 맞설 때 그를 응원하던 전국의 2천여명의 검사들을 윤석열의 대선 출마를 위한 선거운동원으로 전락시킨다.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맞설 때와 정치인으로서 맞설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별이 빛날 수 있는 것은 그 뒤에 어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순간 검찰조직은 더 큰 어둠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중수청과 수사·기소권 분리는 정치적 언어로 변질된다.

윤석열 검찰 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의를 표명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윤석열은 빛이 나지만 남아있는 검사들은 어두운 검찰개혁의 앞길에서 헤맬 수 밖에 없다.

전국의 검사들이 이전처럼 대놓고 정치인 윤석열을 응원할 명분이 사라진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수사는 정치인 윤석열의 원죄가 되어 검찰조직에 큰 부담을 안길 것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무섭다.

그래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 칼로 별을 따는 그런 일은 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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