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강자 롯데의 초라한 '오늘'…네이버·쿠팡 이길 수 있나

롯데온 이커머스 대표 지난달 사의…롯데마트는 23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미국 상장해 4조 실탄 확보한 쿠팡·물류 강화하는 네이버…앞서나가는 1, 2위 주자들

롯데 제공
'롯데가 안 보인다'

부동의 유통강자 롯데가 업계에서 듣는 최근의 '코멘트'다.

코로나19로 레드오션으로 달궈진 이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총수가 직접 적수와 손을 잡고 수조 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는 다른 유통기업과 대조적이다.


◇수장 교체된 롯데 이커머스…업계 1, 2위 올라선 쿠팡·네이버

롯데는 지난달 25일 '롯데온'의 수장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롯데는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의 수장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전무)이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롯데ON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건강이 악화되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냉혹한 평가를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윤창원 기자
지난해 4월 출범한 롯데ON은 롯데백화점·마트·슈퍼·롭스·하이마트·홈쇼핑·닷컴 등 7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쇼핑 플랫폼으로, 1만 5천 개 고객 정보를 통합해 넷플릭스처럼 고객에 맞춤형 쇼핑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이던 롯데ON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지난해 롯데ON의 거래액은 약 7조 6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에 그쳤다.

롯데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경쟁자들은 화려한 성적을 가뒀다. 지난해 쿠팡의 거래액은 40% 증가한 22조 원으로 추정된다. 시장점유율 17%로 국내 이커머스 1위다.

미국 증시 상장으로 수조 원의 실탄도 마련한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공모 희망가격을 주당 27~30달러로 산정했다. 기업공개(IPO) 대상 주식은 1억 2천만 주다. 최대 36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 원을 조달할 수 있다.

경기 고양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박종민 기자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쿠팡에 맞서 네이버 역시 이커머스 업계 1위 선두 굳히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네이버 쇼핑의 거래액은 27조 원을 기록했다. 올해 네이버의 쇼핑 거래액은 35조 원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함께 당일 배송 서비스인 '빠른 배송'도 추진한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대적할 서비스라는 분석이다. 전날 밤 자정 전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도착을 보장하는 '내일 배송'을 본격화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올해는 그간 스마트스토어의 '특가창고'라 불리는 생필품 위주로 '내일 배송'에 나서 일정 수준의 거래액을 달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 3조 9천억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한 SSG닷컴 역시 이커머스 신흥 공룡 네이버와 손을 잡고 네이버 플랫폼을 통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3조 원 투자한 롯데ON 부진, 외부 전문가 수혈로 '극복'

롯데온 캐릭터 레오니. 롯데쇼핑 제공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이커머스의 합종연횡에 롯데도 3조 원을 투자하며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롯데그룹은 지난해에만 백화점과 마트 등 115개 점포를 구조조정하고 3천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롯데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년차 이상 직원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의 부진을 '외부 전문가'로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순혈주의가 강했던 롯데는 그간의 관행을 깨고 롯데ON을 정상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곧 영입할 예정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양한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롯데만의 차별화를 통해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갑작스런 사임에 아직 후임을 물색하는 초기 단계"라며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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