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은 3일 오후 2시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소위 '검수완박'은 부패가 마음 놓고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패완판'은 여권의 '검수완박'에 맞서 이날 윤 총장이 처음으로 들고 나온 일종의 선전용어(캐치프레이즈)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국민일보 인터뷰를 통해 검찰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설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에도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 산하에 둬도 좋으니 수사·기소권을 가진 반부패수사청, 금융수사청, 안보수사청을 만들어 중대범죄 수사 역량을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범죄의 경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선 안되고 오히려 수사부터 공소제기·유지에 이르기까지 전문성 있는 기관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수사·기소 완전 분리(현 중수청 설치안)를 막기 위해 "100번이라도 직을 걸겠다"는 표현까지 쓰자, 박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며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어 윤 총장을 향해 "직접 만나서 얘길 나누면 좋을 텐데 언론을 통해 대화하니 조금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며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이날 박 장관과 만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대구고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달 윤 총장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박 장관을 만나 의견을 피력했지만, 박 장관이 이를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고 주말에 깜짝 인사를 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또 박 장관과 달리 청와대에서 연이틀 날선 반응이 나온 것 역시 윤 총장이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윤 총장에 대해 "자중하라"고 경고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윤 총장은 "말할 것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윤 총장은 향후 사퇴나 정치권 진입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내년 대선을 1년 앞두고 유력 주자로 꼽히는 윤 총장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를 회피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늘어선 윤 총장 지지 화환처럼 이날 대구고검 앞에도 '중수처 설치는 헌법 위반이다', '검찰해체 중단하라 국민들이 분노한다', '검찰개혁 핑계로 검찰장악 이제 그만' 등의 리본을 단 화환이 늘어섰다.
윤 총장은 이날 저녁 6시까지 대구고검·지검 직원 간담회를 갖고 고위 간부들과 만찬 후 서울로 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