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숨 쉬지 않아요"…8살 딸 몸엔 멍, 부모 긴급체포(종합)

숨진 8살 딸 몸서 멍자국 발견…부모 "새벽 2시쯤 넘어졌는데 저녁에 심정지"
경찰, 학대치사 혐의 의심…시신 부검 의뢰
숨진 여아, 지난해부터 사실상 등교 안해…학교 가정방문 회피 정황도
여아 오빠는 아동보호전문기관서 보호 중

긴급체포. 그래픽=고경민 기자
인천에서 20대 부부가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 숨진 8살 딸 몸서 멍자국 발견…부모 "새벽 2시쯤 넘어졌는데 저녁에 심정지"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20대 A(27)씨 부부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전날 인천시 중구 운남동 한 주택에서 딸 B(8)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날 오후 8시 57분쯤 자택에서 "딸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A씨 부부는 소방당국에 "아이가 새벽 2시쯤 화장실 변기에서 넘어져 턱을 다쳤는데 저녁에 보니 심정지 상태였다"며 "언제부터 숨을 쉬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B양의 턱과 손가락 끝에는 사후 강직이 나타났으며, 호흡을 하지 않는 상태로 A씨가 심폐소생술(CPR) 조치를 하고 있었다. B양은 소방대원들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은 소방당국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뒤 B양의 얼굴과 팔 등 몸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이들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소방당국의 구급 출동 일지에는 B양이 왼쪽 무릎에 지병(골종양)을 앓았다고 기록돼 있지만 경찰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진환 기자
◇ 경찰, 학대치사 혐의 의심…시신 부검 의뢰

A씨는 B양의 계부로 조사됐으며, B양의 어머니(28)는 전 남편과 이혼한 뒤 A씨와 재혼한 것으로 파악됐다.

B양은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던 상태였고 1살 많은 오빠의 몸에서는 학대 피해 의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B양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으며, A씨 부부를 상대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대치사 혐의가 의심돼 부모를 체포했다"며 "아직 정식 조사를 시작하지 않아 범행 동기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숨진 여아, 지난해부터 사실상 등교 안해…학교 가정방문 회피 정황도

경찰과 중구 등에 따르면 A씨 부부와 관련해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온 전력은 없었다.

다만 숨진 B양은 개학 후 첫 등교일이였던 지난 2일 학교에 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부부는 학교에 "B양의 오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기저질환(이하 코로나19)을 앓고 있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 등교가 어렵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이들 남매는 코로나19 여파로 등교와 원격 수업을 병행한 지난해부터 사실상 등교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면수업을 원하지 않는 학부모의 경우 대면수업 대신 체험학습이나 가정학습을 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A씨 부부는 이 지침에 따라 자녀들을 지난해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아이들의 교육 상태와 건강 등을 점검하기 위한 학교의 가정 방문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당시 A씨 부부는 "집이 자주 비어 있다" 등의 이유로 방문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B양의 오빠의 경우 학부모와 함께 지난해 2~3차례 학교를 직접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B양의 학교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B양의 어머니가 딸과 함께 직접 학교를 오겠다”는 연락을 했지만 실제 방문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 숨진 B양 오빠는 아동보호전문기관서 보호 중

경찰은 현재 A씨 부부를 상대로 B양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 학대 사실이 확인되면 내일 이들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긴급체포 구금기한이기 48시간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A씨 부부를 긴급체포해 수사함에 따라 자녀인 B양의 오빠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하도록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피의자 조사를 하고 있다"며 "우선 혐의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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