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쯤 서울 지하철 4호선 전동차 안에서 옆자리에 잠들어 있던 여성을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A(30)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떨구는 등 자는 척을 하면서 10여 분간 옆자리 여성의 허벅지 등을 만진 혐의를 받는다. 당시 피해 여성도 졸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A씨 맞은편에는 퇴근하던 경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소속 강희창 경사가 앉아 있었다. 강 경사는 자는 척을 하는 A씨가 왼손으로는 자신의 소지품을 꽉 쥐고 있는 모습에서 수상한 낌새를 챘다. 정말 자는 사람이라면 근육이 이완돼 손을 꽉 쥘 수 없기 때문이다.
A씨가 의도적으로 추행을 하고 있음을 확신한 강 경사는 우선 개인 휴대전화로 범행 행위를 영상으로 촬영했다. 이후 잠에서 깬 여성이 피해 사실을 모른 채 하차하려고 하자, 경찰관임을 밝히고 피해 내용을 안내했다.
이어 강 경사는 A씨에게도 경찰관 신분을 밝히며 현행범 체포를 시도했는데, A씨는 계속 자는 척을 하면서 쉽사리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강 경사는 A씨를 끌고 다음 역에서 내린 뒤 112 신고로 출동한 지하철경찰대에 채증영상과 함께 인계했다. A씨는 검거된 이후에도 승강장에 대자로 뻗어 자는 시늉을 하는 등 계속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강 경사는 범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013년 과학수사특채 1기로 임용돼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했다. 2018년 '서울역 폭발물 설치 협박 사건' 범인을 체포하는 등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 두 차례 특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