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2시 대구고·지검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에 헌법상 피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중수청법 반대 취지를 밝혔다.
윤 총장은 "정치, 경제, 사회 제반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와 헌법상 의무"라며 "이런 부정부패 대응은 적법 절차,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따라서 법치국가적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의 준비 과정, 수사와 법정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치가 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수청법 입법 대응과 관련해선 검찰 내부 의견들이 올라오면 검토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던 윤 총장은 중수청법을 강행하면 임기 전 사퇴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정치권에서 역할을 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국민 선동이니 자중하라'는 정세균 총리의 언급과 관련해 "거기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총장은 "대구는 27년 전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임지"라며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1년간 저를 따듯하게 품어줬던 고향이라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고 대구 고·지검에 방문한 소회를 밝혔다.
청사 입구에는 윤 총장의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과 화환 십수 개가 놓이기도 했다.
반면 중수청 입법에 찬성하는 이들도 청사 인근에 모여 "윤 총장의 반헌법 반법치 규탄한다"고 외쳤다.
윤 총장이 탑승한 차량이 청사에 들어서자 수십 명이 차량 주변을 둘러쌌고 취재진 질의 응답 시간에도 인파가 몰려 혼잡을 빚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4시~6시까지 대구고·지검에서 직원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한다.
전국 검찰청 순회 차원의 이번 대구 방문은 윤 총장의 업무 복귀 이후 첫 지역검찰청 방문이다.
윤 총장의 전국 검찰청 방문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지만 지난해 10월 대전고검·지검 방문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청구로 중단된 상태였다.
중수청 설치를 두고 검찰 내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이날 간담회를 통해 관련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수청 신설 등을 두고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며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