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높은 정당 지지율과 야권 상징성 등을 이유로 야권 단일화 후보는 누가 되든 국민의힘 배번인 기호 2번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안철수를 앞세운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싸움에서 패할 경우,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는 오명과 그에 따른 후폭풍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도 못 낸 제1야당?…오명 두려운 국민의힘
국민의힘 후보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든 단일화된 후보는 기호 2번으로 출마하자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전날 "단일화 후보는 기호 2번으로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김 위원장을 지원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역시 지난 1월 일찌감치 "기호 2번 단일화를 해야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기존 지지층과 중도층을 합할 수 있다"고 말했고, 최근 유승민 전 의원도 "기호 4번을 달고 선거에 나가면 과연 기호 2번인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선거 운동하고, 찍어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편으론 단일화 싸움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패한 이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
국회 의석수 104석의 제1야당이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에 패해 서울시장 후보도 내지 못했다는 후폭풍을 우려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쥐고 있던 야권 주도권이 크게 흔들릴 수 있고, 당도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
수도권 지역 한 당협위원장은 "후보도 못 낸다면 치욕적인 일"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이 지금 혼자 싸우는 모양새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선출되면 의원들도 강하게 지원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는 기호 2번 수용할까?
또 국민의힘은 단일화 협상에서부터 기호 2번 여부를 논의하려는 움직이지만, 안 후보는 "일단 단일후보로 선출된 다음에 그때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겠다"며 논의 시기도 늦추려는 모양새다.
안 후보가 기호 2번을 수용할 경우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로 뛰는 것이어서 안 후보에게 있던 일부 중도층 표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도 전날 MBC 라디오에 나와 "기호 2번을 고집하면 확장성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안 후보 앞에 놓인 야권 재편 기회도 변수다. 안 후보가 대선에서 서울시장 선거로 체급을 낮췄지만, 기호 4번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끝내 승리할 경우 안 후보의 야권 내 입지는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궐선거가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고 또 적극 지지층이 투표에 나선다는 점을 볼 때, 국민의힘의 조직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안 후보가 기호 2번 출마에 완전히 선을 긋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