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신공항 건설로 정작 삶의 터전을 잃을 처지에 놓인 주민 의사는 전혀 반영된 게 없다며 생존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가덕도에서 태어나 횟집을 운영하는 허모(60대)씨는 2일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원주민과 외지인으로 양분된 섬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허씨는 "가덕도에서 계속 살아온 원주민들은 공항이 들어서는 데 대해 거의 다 반대하고,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일부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이어 "외지인들이야 애초에 거주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있으니 찬성하지만, 원주민들에게 공항 건설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60년 넘게 가덕도에 살고 있는 나도 생계가 걱정돼 공항 건설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덕도 주민 조모(50대)씨는 원주민들이 공항 건설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조씨는 "원주민들은 연령대가 대부분 6~70대로, 대부분 조그만 집 한 채 가지고 바다에 배 타고 나가 생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만약 공항이 들어서면 이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 한다"며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고령자들이 다른 동네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도, 시내에서 장사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특히 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80% 이상이 빚을 가지고 있는데, 생업인 어업을 못하게 되면 은행에서는 즉시 부채를 회수해간다"며 "한마디로 주택 보상금으로 빚을 갚으면 삶의 터전도 생계를 이을 방법도 모두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주민들에게 의견 한 번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신공항 건설을 밀고 나가고 있다"며 "외부에서는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좋다고 하는데, 주민들은 대책이 하나도 없으니 그저 갑갑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대책위원회 전형탁 위원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가덕신공항 이야기가 계속 나왔지만 이를 거론한 부산시, 정치권, 지역구 국회의원 그 누구도 주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으려 한 곳이 전혀 없었다"며 "주민들은 보상이 아니라, 생계 터전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처지를 논의할 기구를 구성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책위는 신공항특별법 통과 전인 지난달 중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각 정당에 가덕도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주민들의 현 상황과 시공부터 향후 들어설 공항 운영에 대한 부분까지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가덕신공항 세부 계획안 등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제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대책위는 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된 지금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다.
대책위는 앞으로 가덕도 원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전 위원장은 "미군기지 이전으로 생활기반을 잃을 처지에 놓인 주민들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미군이전 평택지원법'처럼 법안이나 시행령 등 근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그동안 가덕도 원주민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집회 등을 통해 주민 권익을 위해 강경하게 나서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