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는 기자들 앞에서 50도 각도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피치 업', 장애물 회피기동 등 다양한 비행을 하며 기동성을 뽐냈다. 곧이어 헬기가 잠깐 지상에 수직으로 내려앉는 듯하더니 분당 1500피트(약 450m)의 속도로 수십미터 상공까지 급상승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지난달 24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를 찾아 소형무장헬기(LAH) 시범 비행과 함께 제작 현장 등을 둘러봤다.
◇ F-4, F-5 오래됐듯 AH-1S, 500MD 오래돼…민수 헬기 기반 무장형 개발해 대체
대체를 위해서는 2021년까지 민수용 헬기(LCH)를 먼저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엔진 성능을 8% 정도 향상시키고 항공전자·사격통제·무장 등을 장착해 2023년까지 LAH를 개발한다. 원형은 에어버스의 H155 헬기, 엔진은 프랑스 사프란의 Arriel 2L2다.
시제 1호기는 이미 2018년 연말 조립이 끝나 출고됐고, 현재 각종 다양한 비행과 무장 테스트를 받으며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방위사업청은 설명했다.
여기에 장착될 표적획득지시장치(TADS)는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이용해 낮이든 밤이든 표적영상을 획득한 뒤 이를 계속 추적하면서 조종사에게 보여준다. 4개를 독립적으로 추적해 가며 조종사가 가장 위협이 되는 표적을 골라 사격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공격헬기에 필수적인 공대지유도탄 '천검'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내년까지 개발하고 있다. 자체적인 시커(탐색기)를 통해 레이저 유도가 끊어져도 인공지능(AI)을 통해 2만여개의 표적 형태를 미리 기억해 뒀다가 표적을 식별해 추적한다.
이른바 'Fire & Update' 방식이 적용된 이 미사일은 적인 줄 알고 공격했던 목표가 실제로는 민간 차량 등으로 확인되는 경우, 명중 직전 중단이나 목표 변경도 가능하다.
LAH가 최초 양산되는 시점은 내년부터다. 방위사업청과 KAI는 합동참모본부의 최종 전투용 적합 판정을 2023년 8월까지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격을 기준으로 한 국산화율은 60%다.
◇ 무장형은 생존성 약하다?…"첨단 항전시스템과 유무인 복합체계 운용으로 극복"
공군이 이른바 '하이로우 믹스(성능이 높은 전투기와 비교적 낮은 전투기를 임무에 맞게 혼용하는 것)'로 F-35A와 F-15K, KF-16, FA-50 등을 같이 운용하고 있듯 육군 공격헬기 또한 이같은 조합이 필요하다. 즉 '하이'는 AH-64E, '로우'는 LAH다.
LAH는 코브라나 아파치처럼 처음부터 본격적인 공격헬기로 만들어진 기체는 아니며 민수 헬기를 기반으로 개조해 무장을 장착한 무장헬기다. 조종석도 전투기처럼 전방석과 후방석(탠덤)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 아니라 왼쪽과 오른쪽으로 구성된 병렬형(사이드 바이 사이드)이다.
다만 이 방식은 전용 공격헬기보다 필연적으로 동체의 너비가 넓어져 피탄면적(총포에 맞을 수 있는 물체의 넓이)이 넓어지고, 구식 기관총이나 대공포가 주를 이루는 북한군의 대공화망이 헬기에 집중되면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전투기와 달리 헬기는 이러한 방식의 대공화망에 노출되기 쉬워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다만 방위사업청과 KAI는 이러한 문제를 최신 항전장비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위사업청 이보형 헬기사업부장(육군준장)은 "병렬식의 경우 오른쪽 좌석이 무장사(거너)라면 왼쪽에 있는 표적은 보이지 않는다"며 "왼쪽에 앉은 조종사가 표적을 보고 이야기해 주면, 곧장 자신의 통합헬멧시현장치(HMD)를 통해 TADS가 획득한 영상을 받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나 동구권의 경우 무장헬기를 많이 쓰고, 미국 쪽이 주로 전용 공격헬기를 많이 쓴다"며 "전용 공격헬기와 형상은 다르지만, 그 형상에서 생기는 사각지역을 첨단 사통 시스템으로 극복할 수 있다. 전혀 손색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경쟁 상대로는 비슷한 개념으로 개발된 인도의 '드루브'와 '루드라' 무장헬기가 꼽힌다. KAI 측은 수출을 위해 다양한 국가들의 요구에 맞는 무장 등 변경 옵션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장헬기는 기동헬기를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본격적인 공격헬기와 달리 뒤쪽에 사람 등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 캐니스터(발사관) 방식의 드론을 싣고 이를 공중에서 발진, 헬기에서 조종하며 정찰을 하다가 적을 발견하면 곧장 그 드론을 통해 타격할 수 있다.
위험한 지역에 헬기가 직접 가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드론을 발진시켜 미리 보내 정찰을 할 수 있고, 드론이 격추되더라도 인명피해가 없다는 점에서 전용 공격헬기와 비교해도 매력적인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KAI 시험비행조종사 김진수 수석(예비역 육군소령)은 "아파치와 코브라, 바이퍼(미 해병대의 코브라 최신 개량형), 500MD 등 다양한 기체를 몰아 봤지만 LAH는 기동성이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우수했다"며 "미래 전장 환경, 도심지 등에서 전투를 할 때 체구가 크지 않으면서도 날렵하고 정밀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뒷공간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드론이나 사람을 탑승시킬 수 있는 확장성도 우수하다"며 "아파치보다는 당연히 엔진 출력 등이 떨어지겠지만 나머지 무장, 통신, 항법 등은 1류라고 자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