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은 지난달 24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를 찾아 KF-X 시제 1호기 제작 현장과 함께 시뮬레이터 등 관련 체계를 둘러봤다.
◇ 20년 전 "오래된 전투기 대체할 '국산 전투기' 필요"…6년 개발해 시제기 출고
수십년 전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4와 F-5는 우리 공군에서 아직도 퇴역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된 기종임은 분명하지만 수가 많아 공군의 전력 중 상당수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KF-X의 개발로 이어지게 된다. 이후 2002년 11월 합동참모회의가 장기 신규소요를 결정했고, 2015년 12월 방위사업청이 KAI와 체계개발사업을 계약했다. 2015년부터 2028년까지 모두 8조 8천억원이 투자된다.
최초의 국내 개발 군용기라면 사실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과 이를 기반으로 만든 경공격기/경전투기인 FA-50이 있긴 하지만, 이는 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의 공동 개발이다.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은 엔진 등은 미국제를 쓰긴 하지만, 순수하게 우리가 개발하는 전투기는 KF-X가 처음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20년 9월 KAI는 경남 사천 공장에서 시제기 최종 조립에 착수했다. 이번 달 최종 조립과 도색을 거쳐 정식 롤아웃(출고) 행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 정광선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예비역 공군준장)은 "개발 가운데서는 중간적인 이벤트에 속하지만,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개발하는 전투기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일이라 볼 수 있다"며 "그동안에는 설계 도면으로만 하다가 이를 (실제 기체로) 형상화시켜서 정말 성능이 나오는지를 검증하기 시작한다는 시작 단계로, 국가와 항공산업의 입장에선 기념비적인 이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각종 테스트를 거친 뒤 오는 2022년부터 약 2200소티(출격 횟수)의 비행시험을 진행해 2026년 체계개발을 끝내고, 초도양산에 착수해 Block Ⅰ으로 한국 공군에 전력화될 예정이다. Block Ⅰ이란 기본 비행성능과 공대공 전투능력을 갖춘 단계를 말하며, 여기에 2026~28년 시험을 거쳐 추가무장을 장착해 공대지 전투능력을 구비하는 단계가 Block Ⅱ다.
정 단장은 "엔진(미국 GE F414 엔진)과 무장 가운데 일부는 국외에서 도입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국내에서 개발하기 때문에 90% 이상이 국산화됐다"고 설명했다. 가격을 기준으로 한 국산화율은 양산 단계에서 65%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늘에 떠 있기 때문에 부품 등의 품질 문제가 아주 중요한 전투기의 특성상, 개발 과정에서부터 국방기술품질원이 참여해 품질을 확인한다.
◇ 시제기 8대 만들어 각종 테스트…감항인증 받기 위한 기술도 독자개발
다만 공정상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장착시험을 한 뒤 엔진은 다시 떼내고, 도색을 진행한 뒤 재조립한다. 동체의 색은 KF-16처럼 밝은 회색이 아닌, F-15K와 가까운 어두운 회색이 될 것이라고 KAI 관계자는 귀띔했다.
시제기이긴 하지만 비행을 아예 하지 않는 '정적 시험체'와 '내구성 시험체'도 1대씩 만들어 안정성을 테스트하게 된다. 전자에는 비행하중의 150%까지 힘을 가해 기체가 버티는지를 시험하고, 후자에는 기본 내구성 8천시간(30년 운용)의 2.5배인 2만시간에 달하는 금속피로를 줘 제대로 버티는지를 본다.
이를 사전에 점검하는 장비인 아이언버드(ironbird)는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했기 때문에 KAI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는 실제 부품들이 들어가 있는 일종의 기계적 시뮬레이터로, 특정 고도나 이착륙시에 비행기가 받는 힘과 시스템 제어 등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시뮬레이터에는 전 세계 지형이 3D 입체영상으로 재현돼 있어 북한을 포함한 다양한 곳에서의 비행을 재현해볼 수 있다. 사천 등 한반도 주변 일부 지역은 위성으로 찍은 영상이 여기에 합성돼 있어 실제 건물 등도 반영돼 있다.
◇ 이미 5세대 시대지만…"4.5세대 전투기도 충분히 시장성 있다"
5세대 전투기는 스텔스 등 첨단 기술이 적용돼 있지만 당연히 개발도 어렵고, 유지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5세대 전투기를 개발해 실전배치한 미국도 비싼 가격과 유지비의 부담으로 F-22를 이미 단종시켰다.
때문에 미국은 F-22보다는 약간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군(A형)과 해군(C형), 해병대(B형)가 사용할 전투기를 하나의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한다는 JSF 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물로 F-35가 나왔지만,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수직이착륙기인 B형의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자꾸 생기면서 가격도 올라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여러 문제를 의식한 듯, 외신들에 따르면 얼마 전 찰스 브라운 미 공군참모총장은 차에 비유해 "페라리가 있다고 매일 타고 다니지는 않으며, 주말에 타고 다니는 것이 적절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페라리'란 5세대 전투기를 의미한다. 미 공군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강력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5세대 전투기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격과 유지비가 낮은 4.5세대 전투기로도 작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력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이 F-35를 도입한다고 해도 모든 나라가 5세대 전투기를 갖춘 것은 아니며 4세대나 4.5세대가 주력인 경우가 오히려 훨씬 많다. 당장 우리 공군만 해도 F-16과 F-15를 주력삼고 있으며 유럽 나라들의 경우 유로파이터 타이푼, 그리펜, 라팔 등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KF-X의 잠재적 경쟁자다.
이렇게 되면 유사시 적 스텔스기를 상대하기 위해 F-35A가 먼저 나서고, 그 뒤를 F-15K와 KF-X, KF-16V(F-16 최신 개량형)가 따르면서 그 외의 적 항공전력에 맞설 수 있다. KF-X 자체는 일단 스텔스기가 아니지만, 외형을 설계할 때 스텔스기처럼 만들어 차후 개량의 여지를 남겼다.
방위사업청과 KAI는 개발이 끝나고 양산에 착수하면 한국 공군 납품 물량을 제외하고도 현재 공동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해 300~500대 정도의 수출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방위사업청이 지난 2월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도네시아가 KF-X 분담금 6044억원을 미납한 상황이다. 얼마 전엔 파자르 프라세티오 인도네시아 공군참모총장이 F-15의 최신형인 F-15EX와 라팔 전투기를 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는 판국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정광선 단장은 관련 질문에 "양국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 협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우리 방산물자 수입국 가운데 큰 고객이다"면서 "코로나19와 최근 각종 재해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 같은데, 과거 우리가 IMF 위기를 맞았을 때도 다른 나라들이 많이 기다려 줬다. 일단은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