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분 백신을 7명에게 접종? 질병청 "의무 아냐…현장에서 판단"

국산 '최소잔여형 주사기' 통해 접종 인원 늘어날 가능성
화이자 백신, 백신 1병당 5회분이지만 국내는 6명까지 가능
"최소잔여형 주사기로 용량 조절하면 7명까지 가능"
정부 "공식 검토는 안 해…1인당 접종량 지키는 게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국내에서 개발된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사용할 경우 5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백신 1병을, 최대 7명에게 접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한 사람당 접종해야 하는 용량을 지키며 접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며, 5회분의 백신을 7회분으로 나누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질병청 정경실 예방접종관리반장은 27일 "백신은 한 바이알(백신이 담긴 병)을 가지고 다인용으로 분주해 사용하도록 돼 있다"며 "그 과정에서 어떤 주사기를 사용했는지 여부나 접종하는 간호사의 숙련도에 따라 몇 회분이 뽑힐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화이자 백신의 경우 한 병에 약 0.45cc가 들어 있고, 1.8cc의 생리식염수를 섞어 2.2cc의 약제를 만들어 접종한다.

1회 접종 용량은 0.3cc인데, 일반 주사기를 사용할 경우 주사되지 않고 주사기에 남는 물량을 고려해야 하므로 주사기 하나에 들어가는 분량을 넉넉하게 잡는다. 따라서 다른 국가의 경우 화이자 백신의 2.2cc를 5명에게 투여하도록 했다.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원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정부는 국내에서 개발된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사용할 경우, 2.2cc의 약제를 6명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허가를 내렸다.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사용하면 투약되지 않아 주사기에 남는 잔량이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일반 주사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1회 분량을 적게 잡아도 1회 접종 용량을 지킬 수 있다.

심지어, 주사기 1회 분량을 더욱 축소시켜 7명에게 접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날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도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 첫 접종을 참관하면서 "1회 접종 용량을 0.3cc로 하면 7인분이 나온다"면서 접종인원 확대 방법을 검증해보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현재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공급된 화이자 백신은 6인 기준 5만8500회 분량인데, 접종인원이 7명으로 늘어나면 6만8천여명이 맞을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소분 조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정경실 반장은 "화이자 백신은 한 병당 6회분으로 허가 및 심사를 받았기 때문에 7명까지 나눠 쓰는 것은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1회 분량을 극도로 축소시킬 경우 소분 과정이나 주사 과정의 실수 등으로 1회 접종 용량인 0.3cc를 접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백신을 아끼려다가 본래 목표인 백신의 예방효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정 반장은 "현장에서 최대한 폐기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활용하라는 의미로 (접종 기관에) 공문을 내렸다"며 "어떤 경우에서든 1회 접종량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여러 바이알에서 남은 잔량을 한꺼번에 모아서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지"라며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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