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나 쇼케이스가 아닌 게임 속에서 신곡 무대를 펼친 것인데요, BTS가 등장한 무대는 포트나이트 속 '파티로열' (Party Royale)에섭니다. 이곳은 게이머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를 즐기는 공간입니다.
파티로열에 참가한 수많은 게이머들은 BTS의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춤을 췄습니다. 새로 나온 BTS 안무 이모티콘도 샀습니다.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4월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동시접속한 1230만 명은 거대한 스콧의 아바타와 함께 춤을 췄고 당시 콘서트 매출은 2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메타버스로 일하러 가거나 몰입된 환경에서 게임·쇼핑 즐길 것"
이처럼 BTS나 스콧이 가상 공연을 한 포트나이트 속 공간을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릅니다.
'초월, 그 이상(beyond)'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상 또는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이용해 그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합니다. 새로운 소셜 공간인 셈입니다. 나아가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고 소유, 투자,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팀 스위니(Tim Sweeney) 에픽게임즈 CEO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웹)의 다음 버전"이라면서 "사람들이 메타버스로 일하러 가거나 게임을 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시간을 보낼 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팬데믹·홈코노미가 앞당긴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급격하게 확산중입니다.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은 메타버스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하고 있는데요, 집에서 모든 사회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홈코노미(home + economy)시대와 맞물리면서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도 대표적인 메타버스로 꼽힙니다. 현실과 같은 시간이 흐르는 가상 세계에서 게이머들은 낚시, 식물 재배, 집 꾸미기 등을 하는데요, 단순히 게임이라기 보다 취미 활동 공간이자 힐링도 하는 소셜 활동 장소로 자리잡았늡니다. 이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출시 이후 지난해 2분기(4~6월) 영업이익을 428%나 이끌었습니다.
◇초등생들의 놀이터 '로블록스' 메타버스 최초 상장
밀레니얼 세대에게 포트나이트가 있다면 2010년 대에 출생한 V세대에게는 '로블록스'가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의 놀이터'로 불리는 이 게임은 레고 블록 같은 아이콘과 아바타를 이용해 자신만의 게임과 세계를 구축해 친구들과 공유합니다.
신기하고 놀라운 것은, 로블록스의 모든 게임은 사용자들이 만든다는 것입니다. 로블록스는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 뿐 모든 게임은 주 사용층인 7~12세 어린이들이 스튜디오를 이용해 직접 만듭니다.
로블록스는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 직상장을 추진중입니다. 로블록스는 전통적으로 '게임 회사'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기업공개를 위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S-1)에 따르면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16번 언급하면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요, 지금은 10대 초반 어린이들을 위한 게임이지만 "앞으로 새로운 경제, 화폐 시스템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가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입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맵을 선택해 들어가면 자신의 아바타로 게임을 하거나 사진을 찍고 연예인 춤을 따라 추며 즐깁니다. 벌써 아시아를 중심으로 북미, 유럽 등지에서 누적 이용자 2억명을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9월 제페토에서 열린 그룹 블랙핑크의 팬사인회에는 5천만명이 몰리기도 했는데요, 제페토에서는 이렇게 춤추고 공연보며 즐기는 것을 넘어 2차 저작물까지 만들어 배포할 수 있습니다.
오는 5월 부활을 예고한 싸이월드도 메타버스를 적용한 서비스로 재탄생합니다. 아바타를 만들고 도토리로 거래를 하던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메타버스의 시조인 격인데요, 싸이월드는 서비스 재편을 통해 기존 홈피 내 화폐였던 '도토리'를 대체할 가상화폐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몰입감·접근성 통해 세분화된 마케팅 가능…'애글릿' 게임 속 가상화폐, 현실서도 거래
이런 추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빠른 통합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포켓몬고와 유사한 방식의 메타버스 게임 '애글릿'(Aglet)은 게이머가 지도를 따라 가며 가상의 스니커즈나 실제 신발을 획득하는 방식입니다.
가상의 아이템이지만 가상 화폐처럼 통화거래가 가능한데요, 게임 내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신발 구매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는 겁니다. 획득한 아이템을 축적해 아디다스, 나이키, 구찌까지 구매가능한 것이죠. 현재 전세계 10만명의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을 즐기고 있고, 최근 450만달러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MS·페이스북·애플 등 빅테크기업 선점 경쟁 올인…2025년 산업 규모 314조원 전망
이미 빅테크 기업은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 중입니다.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빅테크 기업 중엔 메타버스 시대를 가장 앞서 준비한 회사로 꼽힙니다. 최근엔 둠, 폴아웃, 엘더스크롤 등 유명 게임들을 만든 게임사를 소유한 제니맥스 미디어를 75억 달러(약 8조 74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는데요, MS는 게임뿐 아니라 증강현실(AR) 기기에도 투자해 '홀로렌즈'(HoloLens)까지 개발했습니다.
페이스북의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출시 이후, 지난해 4분기에만 약 109만 8천 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페이스북은 퀘스트2로 효과적인 재택 근무를 돕는 인피니트 오피스(Infinite Office), 홈트레이닝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건강 앱 등을 선보이는 동시에 AR 안경 아리아(Aria)도 공개하면서 '메타버스 이코노미'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애플은 VR과 AR이 접목된 '혼합 현실'(Mixed-Reality)' 헤드셋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의 헤드셋은 게임이나 앱에서 활용 중인 VR에 사용자 주변에 있는 실제 물건 등을 접목시킬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헤드셋을 쓰면 실제 테이블 위에 가상 게임보드를 놓는 등 현실과 가상을 혼합하는 행위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애플은 나아가 VR 장갑 특허까지 내면서 메타버스 시대를 선점할 준비에 매진중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현재 1900억달러로 추정되는 메타버스 관련 산업 규모가, 오는 2025년엔 2800억 달러(약 3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