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가 한국 선교 130주년을 맞아 선교 초기 문헌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첫 결과물로 성공회 최초의 신약성서인 '죠만민광'을 출판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모든 사람을 비추는 빛'이란 뜻을 지닌 죠만민광(照萬民光).
1894년, 혼란했던 구한말 시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출판된 성공회 최초의 신약 성서입니다.
120여 년 전 신앙의 선조들이 남긴 이 유산이 최근 성공회 초기 문헌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을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이경호 의장주교 / 대한성공회]
"당시 초기 선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후대 사람들에게 구원의 빛을 밝힐 수 있을까 고뇌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노력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죠만민광은 오늘날 신약 성서와 달리 사도신경을 중심으로 성서의 각 구절들을 발췌한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집필을 담당한 남우희 사제는 "죠만민광은 사도신경이 증언하는 바,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성서라고 할 수 있다"며 "신앙 선배들의 신앙고백, 즉 '신경'을 중심으로 한 성경읽기가 오늘날 한국 교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우희 사제 / 대한성공회]
"과거엔 신앙의 선배로부터 복음을 전달 받고 물려받아 신앙을 갖게 되니, 신앙의 요체는 신경이라고 할 수 있죠. (문자) 그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뜻, 주님이 보여주시려고 하는 뜻은 성서 표면에 떠돌고 있는 문자에 집착해서는 발견할 수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죠만민광은) 성서를 더 깊이 읽는 안내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새로 출간된 죠만민광은 한문과 옛 한글, 현대 한글, 공동번역 등 4가지 대역으로 구성돼 성서 번역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남우희 사제 / 대한성공회]
"번역이 계속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우린 표피에 머무를 수 없는 거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문자가 전부다'라고 생각할 수가 없거든요. 문자주의가 아니라 '심층으로 들어가서 신앙의 핵심을 만나야 하는구나' 깨달을 수 있는 거죠."
한편 성공회는, 오는 2030년까지 선교 초기 간행된 기도서와 전례서 등 교회 문서들을 복원하는 중장기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성공회는 초기 교회 문서들을 발굴하고 현대 한글화 해 교인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교계와 학계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정용현]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