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 소속사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이하 산타클로스)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자칭 피해자 모임 소속이라는 자가 익명으로 소속사 및 배우의 부모 연락처로 '어떻게 하실 거냐'라는 식의 막연하고도 정체 모를 연락을 취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는 이러한 연락이 합의 등 경제적 이윤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거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악의적 행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악의적, 조직적인 공동 행위가 아닌지에 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만한 정황도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모임을 향해서는 "소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분들은 법률적 절차 등 공식적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익을 위한 조치를 취하시길 바라고, 이에 대하여는 당사는 성심성의껏 응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피해자 모임 측은 곧바로 반박문을 내고 "모임방에 모인 십여명은 한 번도 금전을 요구한 바 없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박혜수의 진심이 담긴 사과"라며 "맹세코 돈 이야기를 꺼내거나 합의 이야기를 꺼낸 적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사과는커녕 저희를 경제적 이윤을 도모하기 위한 사람들로 '의심'한다는 공식입장을 낸 것은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라며 "박혜수의 집단폭행 사실을 덮기 위한 언론플레이라는 의심이 든다. 있었던 학폭(학교 폭력)이 없어질 순 없다. 수많은 동창, 선후배들이 그 증인"이라고 반박했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CBS노컷뉴스는 피해자 모임 측으로부터 관련 녹취를 단독 입수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했다. 녹취록에는 금전 요구나 합의가 아닌, 피해자들의 분노한 심경과 '사실무근' 입장에 이르게 된 경위 그리고 사과와 인정 여부를 묻는 질문들이 있었다. 다음은 녹취록 중 일부를 발췌해 시간 순서대로 풀어낸 대화 내용이다.
소속사와 박혜수 아버지 중 먼저 연락이 닿은 쪽은 후자다. 피해자 모임 측은 지난 23일 오후 12시 22분쯤 박혜수 아버지가 운영하는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박혜수 아버지 박모씨-피해자 모임 관계자 대화 ① |
아버지 박모씨(이하 박)> 아, 선생님이 방을 만들어서…성함이 실례지만 어떻게 되십니까. 저는 박○○라고 합니다만. 피해자 모임 관계자(이하 피해자 모임)> 성함까지는 제가 조금 말씀드리기 어렵고요. 제 입장은 지금 모여 있는 피해자랑 박혜수 배우 측에서 말하는 입장이랑 너무 갈리잖아요, 상황이. 너무 갈리고, 피해자들은 하나라도 이 분위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계속 내보내고 있어요. |
아버지가 되묻자 피해자 모임 측은 어떤 경위로 '사실무근' 입장이 나왔는지에 방점을 찍어 다시 질문했다.
박혜수 아버지 박모씨-피해자 모임 관계자 대화 ② |
박> 어떤 분위기를요? 피해자 모임> 지금 '사실무근이다' '강경대응을 한다' 이런 식의 보도가 자꾸 나오는 거에 대해서 더욱 반감이 생기거든요. 사실무근이라고 하는데 정작 피해자들한테 연락이 와서 조사하거나 물어본 것도 없는데 대체 어떤 근거에서 사실무근이 나왔는지 이런 것도 의문이고, 소속사 측에서는 연락도 되지도 않고 그래서 제가 지금 혹시나 해서 여기다 연락을 드려본 겁니다. |
아버지는 '지목한 가해자가 박혜수가 아니'라고 해명한 첫 피해글 작성자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모임 관계자는 이후에도 추가 피해자들이 나타났고, 억울한 입장에 대해 언론 매체와 인터뷰도 가졌다고 밝혔다.
박혜수 아버지 박모씨-피해자 모임 관계자 대화 ③ |
박> 그 맨처음에 얘기를 꺼냈던 사람은 본인이 올렸다고 나왔던데요, 보니까. 피해자 모임> 그런데 어쨌든 그 사람으로 인해서 일파만파 파장이 커진 거는 맞지만 뒤에 지금 추가적으로 증언이 나오고, 수면 위에 있든 아래에 있든 증인, 증언이 수십인데 그거 가지고 덮으려고 하는 것 때문에 피해자들이 더 지금 기를 쓰고 덤비려고 하고 있는 분위기예요. 이미 언론도 그렇게 돼 있고. 그걸로 이미 인터뷰를 지금 떠 간 기자들이 지금 몇 분 있어요. 박> '그걸로'라니 뭐 어떤 걸 말씀 하시는거죠? 피해자 모임> 1차 폭로자와는 별개로 분명히 지금 수십의 폭로자, 아니 증언과 증인들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언론을 통제한다, 이런 식의 워딩을 갖고 취재를 해 갔습니다. 기자분들이. 박> 언론을 통제한다? 참나 이해가 또 안 가네. |
아버지는 박혜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전하며 이번에는 피해자 모임 관계자 번호를 요청했다. 소속사에 전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출판사 사람들은 사정을 모른다'며 본인 번호도 전달했다. 두 사람은 상호 동의 하에 번호를 교환했다.
박혜수 아버지 박모씨-피해자 모임 관계자 대화 ④ |
박> 제가요, 사실은 저는 전혀 이런 문제 관여를 안하는 사람이거든요. 애가 성인이고, 제가 우리 애가 어떻다 이런 말씀도 드리기가 싫어요. 저는. 피해자 모임> 뭐 그런 거야 어려우시겠죠. 박> 네네, 이야기하셔 봐야 또 받아들이는 입장마다 다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지금 선생님 연락처를 좀 알았으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게, 왜냐하면 소속사라든가 그쪽에서 이제 그 피해자를 만나고 싶거나 연락을 취하고 싶은 그런 분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럼 선생님을 통해서 연락하라고 내가 가르쳐 줄 수도 있지 않겠나 싶거든요. 피해자 모임> 우선 그럼 제 번호만 받아 적어주세요. 박> 선생님, 제 번호 좀 적으실 수 있습니까? 핸드폰 번호를? 이건 회사 전화니까 회사 전화로 길게 이야기하기는 좀 그러니까 직원들도 듣고…. 저희 직원들이 나하고 관계 있는 걸 모르거든요. 피해자 모임>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지금 메모할게요. 불러주세요. |
통화 말미, 아버지는 피해자 모임 관계자에게 소속사에 전화번호를 전달해도 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여기에 동의했다. 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박혜수 아버지 박모씨-피해자 모임 관계자 대화 ⑤ |
피해자 모임> 이야기를 하거나 하실 말씀이 있으면 이 번호로 저를 통해서 말씀을 하시면…. 박> 예 그럼 선생님, 제가 소속사에다가 이 번호를 가르쳐줘도 괜찮겠습니까? 피해자 모임> 뭐 알려주세요. 제가 소속사에도 이미 제 번호 적어가지고 메일 보내도 어제부터 연락이 안 와서 저도 좀 열받아 있는 상태인데 이걸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보이는 거예요. 박> 예. 피해자 모임> 알겠습니다. |
24일 오후 3시 35분에 연결된 소속사 관계자와의 통화는 짧게 이뤄졌다. 피해자 모임 측에 따르면 이것이 소속사와 공식적으로 가진 첫 소통이었다. 피해자 모임 측은 아버지 통화와 유사하게 피해자 입장 청취도 없이 '사실무근' 입장을 낸 것에 대한 경위 그리고 사과와 인정에 대한 의사를 물었다. 이에 소속사 측은 '공식적 대응을 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소속사 관계자-피해자 모임 관계자 대화 ① |
피해자 모임 관계자(이하 피해자 모임)> 이제 어쨌건 소속사 입장을 제가 읽어보니까 해당 게시물의 진위 여부 및 구체적인 조사를 실시했더니 악의적으로 음해 비방하기 위한 허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시는데 그걸 뭐 어디서 확인하시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보내신건지가 사실 좀 궁금하거든요. 그걸 이제 어디서 확인하셨는지…. 소속사 관계자(이하 소속사)> 그거에 대해서는 저희는 공식적으로 그 대응할 생각이고요. 일단 사실 이 문제로 길게 이야기를 해봐야 더 이상 이야기를 할 건 없을 거 같고, 저희 회사 입장은 공식적으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에요. |
피해자 모임 측은 다시 질문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 청취는 하지 않았지만 공식적인 루트로 확인했음을 알렸다.
소속사 관계자-피해자 모임 관계자 대화 ② |
피해자 모임> 아니 뭐 공식적으로 대응을 하겠다는 건 제가 이제 알겠고요. 그러니까 이제 확인을 했다는 게 저희 피해자 측한테 연락이 닿은 것도 아닌데 어디서 확인을 했는지가 궁금한 거예요. 저희는 지금. 소속사> 저희는 저희 공식적인 루트로 확인한 거고요. 피해자 모임> 그러면 지금 피해자, 저희 진술 청취는 안하셨잖아요. 소속사> 네네. |
피해자 모임 측은 박혜수에게 관련 피해 증언들과 상황이 전달됐는지 물었다. 소속사는 답변을 거부하면서 '공식적 강경 대응'을 다시금 강조했다.
소속사 관계자-피해자 모임 관계자 대화 ③ |
피해자 모임> 그러면 이제 이 부분은 공식적인 루트로 하셨다는 말씀이시고, 그러면 박혜수씨한테는 이런 이야기가 전달이 됐나요?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전달이 되고, 그분에 대한 의견은 뭐 없던가요? 소속사> 그런 부분들은 저희가 전화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닌거 같고요. 어쨌건 공식적으로 그쪽에서도 지금 인터뷰하시고 대응을 하시는 거잖아요. 저희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의 입장을 정리를 해서 공식적으로 대응을 할 예정입니다. 피해자 모임> 그러니까 어쨌든 계속 강경으로 이렇게 나오신다는 말씀이신거죠? 소속사> 네, 이런 방향으로 나갈 거 같아요 저희는. |
피해자 모임 측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나 인정 의사를 물었다. 소속사는 정확한 답변을 주기 보다는 '진위여부'와 '진실공방'에 초점을 맞췄다.
소속사 관계자-피해자 모임 관계자 대화 ④ |
피해자 모임> 피해자들한테 사과한다거나 인정하시는 부분은 전혀 없다는 말씀이신 걸로 알아들으면 되는 거겠죠? 소속사>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저희가 지금 드릴 말은 아닌 거 같고요. 피해자 모임> 방금 말씀 하신 거, 강경대응이 그 뜻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소속사> 글쎄요, 그 말하고는 좀 취지가 틀린 부분인 것 같은데요. 피해자 모임> 어쨌든 공식적으로나 강경적으로나 대응은 하지만 사과를 안 한다거나 인정을 안 하는 걸로 해석은 어렵다…. 소속사> 그런데 사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진위여부가, 전화주신 분도 아시겠지만 뭔가 이게 지금 계속 공방 중인 거잖아요. 피해자 모임> 아니 공방 중이라기보다는…공방까지는 아니죠. 공방이라는 건 서로 좀 대등한 입장에서 증거와 반박이 나오는 건데. 소속사>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걸로 공식적으로 대응을 할테니까 그쪽에서도 그렇게 하시면 될 거 같아요. |
CBS노컷뉴스는 25일 관련 녹취록 내용을 소속사에 문의했다.
이에 소속사는 "전화 통화 내용 등 여러 종합적인 자료들로 법률 자문을 구했고, 이런 판단을 통해 경제적 이익 도모로 보일 여지가 있어 해당 입장문이 나간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 게시판, SNS 등에는 박혜수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이들의 피해 고발이 줄을 이었다.
글에 따르면 다수 중학교 동창생들은 공통적으로 박혜수가 교내 폭력 서클인 이른바 '일진'에 속해, 근처 중학생들 돈을 빼앗거나 뺨을 때리는 등 금전 갈취·폭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했다. 대학교 후배 역시 익명 게시판을 통해 박혜수가 강제로 술을 먹이고, 군기를 잡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파로 박혜수가 주인공인 KBS2 금요드라마 '디어엠'은 26일 예정이었던 첫 방송이 연기됐다.
박혜수 소속사 측은 이를 모두 부인하면서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