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신념' 양심적 예비군 거부 첫 무죄 확정(종합)

종교적 신념 외에 첫 '정당한 사유' 인정

연합뉴스
폭력과 살인을 거부하는 비폭력 신념도 예비군훈련을 받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종교적 신념 이외의 사유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5일 예비군법과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6회에 걸쳐 예비군훈련과 병력동원훈련 소집통지서를 송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고통을 겪는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컸고, 타국 군대의 민간인 학살 영상 등을 보고 충격을 받아 군입대 자체를 거부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의 설득으로 군에 입대했지만 회의감이 커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회관 관리병에 지원해 군복무를 마쳤다.


그러나 제대 후엔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며 수년간 조사와 재판을 받는 길을 택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앞서 대법원은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시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이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정의한 바 있다.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경우 입영기피의 예외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최근까지도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호와의증인 신도 등 종교적 신념을 주장한 경우에만 받아들여져 왔다.

이날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에 의한 경우라도 그것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훈련 거부가 맞다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A씨와 비슷하게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2명에 대한 대법원 판단도 이날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들의 경우 병역거부 이전부터 비폭력·평화주의에 관한 신념이 있었음을 입증할 구체적 근거가 없었다. 또한 입영거부 사유로 군대 내의 인권침해나 권위주의적 문화를 들었지만 대법원은 이를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교적 신념이나 비폭력·평화주의 등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주장의 타당성과 구체적 사정 등을 살펴 개별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해당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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