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60대 남성이 확진 하루 만에 숨졌다.
몸에 이상 증상을 보였음에도 10일 넘게 검체검사를 받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이는데다, 가족들까지 잇따라 감염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2일 밤 경주시 안강읍에 거주하는 60대 초반의 남성 A씨는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전 심한 기침과 호흡 곤란 증상으로 동국대 경주병원을 찾았다가 병원 측의 권유로 검사를 받은 결과다.
A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날인 23일 오전 11시 54분쯤 숨졌다. 호흡 곤란이 매우 심해져 대구지역 한 종합병원으로 옮기려는 도중이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A씨의 시신을 즉시 화장했고, 유골을 자가격리 중이던 유족에게 전달했다.
그가 숨진 당일 오후에는 A씨 아내 B씨와 딸 C씨가 잇따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것이다.
특히 딸 C씨는 설 연휴를 맞아 고향집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아들 D씨는 다행히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방역당국은 D씨도 확진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결국 A씨 가족은 가장의 사망에도 한 자리에 모여 죽음을 애도하지 못한 채, 모두 뿔뿔이 흩어져 치료받고 있거나 자가격리 중인 상태다.
이런 비극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에 대한 안이한 대응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는 확진판정을 받기 열흘 전인 지난 11일부터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자 안강지역 병원과 약국 등을 잇따라 찾았다.
병원 측은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지만 A씨는 받아 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주시 CCTV관제센터를 통해 전기분야 근로자인 A씨가 매일 차량을 이용해 포항지역 건설현장 등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현재 포항시는 A씨의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
경주보건소 관계자는 "A씨가 조금만 일찍 검사를 받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면 숨지는 일은 없었을 수 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방심이 어떤 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이번 일을 통해 확인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