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는 23일 야당 의원들이 대다수인 구의회 의원들에게도 기본법을 준수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법안 초안이 홍콩의 실질적인 내각인 행정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다음달 17일 입법회에 상정될 예정인데 야당 의원들이 모두 사퇴하고 친중파 의원들만 남아 있는 상태여서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 개정안의 핵심은 홍콩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법을 지키고 홍콩에 충성하겠다는 서약을 입법회 의원, 판사, 행정부 고위 관료에서 구의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2019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홍콩 구의회 452석 중 388석을 범민주진영이 차지했다. 따라서 이번 법개정은 눈엣 가시같은 야당 소속 구의원들을 몰아내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충성 서약을 거부하거나 맹세를 하고도 서약에 반하는 언행을 할 경우 법무 장관은 법원이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구의원의 직무를 정직시킬 수 있다. 법원이 유효하지 않은 충성서약을 했거나 서약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자격이 박탈되고 향후 5년간 출마 자격도 제한된다.
또 에릭 창 홍콩 정치체제·내륙사무장관은 "개정안 초안에 소급 규정이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과거의 말과 행동을 참조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소급 적용 및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도 열어 놨다.
범민주진영 구의원들이 제대로 된 충성서약을 할지도 미지수이지만 서약을 했더라도 과거의 발언과 행동을 문제 삼으면 대다수의 구의원들이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게된 셈이다.
홍콩 명보는 야당 구의원 가운데 지난해 입법회 선거에 출마하려다 충성서약을 거부해 출마가 불허됐던 4명이 가장 먼저 박탈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나머지 380여명의 구의원들도 홍콩보안법에 서명한 바 있어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야당 의원이 한명도 없는 의회에 이어 구의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씨가 마를 날이 곧 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