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권 넘기고 영장청구·기소만"…與, 3월초 수사청 발의

민주당, 수사청 신설 법안 3월 초 발의 방침
6대 범죄 수사권 이관으로 검찰 직접수사권은 폐지로 가닥
"수사검사는 수사청에서 수사관으로 근무"
수사청에 영장청구권 부여 여부 놓고 한때 내부 이견
이낙연 대표 임기 내 발의…황운하 案과 병합심사 뒤 6월 임시국회서 처리 방침

23일 오전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 윤창원 기자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검찰 개혁 시즌 2'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 법안을 3월 초에 발의하고 올 상반기 내에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여당 내부 논의를 종합하면 검찰이 가진 직접수사권은 수사청에 완전히 넘겨주고, 검찰에는 공소제기 및 유지와 영장 청구권만 남게 된다.

◇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도 수사청에 이관…"직접수사권 갖는 한 개혁 아냐"

이를 위해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먼저 검사의 수사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서다.

법안이 통과되면 수사청은 현재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넘겨받게 된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23일 열린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갖는 한 검찰개혁은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며 "지금 하지 않으면 미완의 과제가 고착될 우려가 있다.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지금 하지 않으면 21대 국회에서 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공수처는 미니 조직에 불과해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미흡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검찰이 보완수사권과 6대 범죄 수사권 등을 보유해 현실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식은 영국의 제도와 비슷하다. 영국의 경우, 경찰은 일반범죄, 국가범죄수사청(NCA, National Crime Agency)은 마약범죄와 조직범죄 등 광역범죄, 중대범죄수사청(SFO, Serious Fraud Office)는 경제범죄나 뇌물범죄를 담당한다. 이 세 기관은 수사를, 기소는 별도 기관인 기소청이 전담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이한형 기자
◇ 공수처 출범 미뤄지고 민정수석 사의 파동까지…與, 독주 부담

그런데 여당 내 논의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라는 대원칙엔 이견이 없지만, 수사청에 영장청구권까지 부여하자는 제안에 대해선 특위와 당내에서 이견이 나왔다.

현행 헌법은 영장청구 주체로서 검사의 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 수사청이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하려면 이같은 조항을 고치거나 검사를 수사청에 파견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에 특위와 최고위원회에선 검사를 수사청에 파견하는 방법은 물론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잠깐 나왔지만, '수사청 수사·검찰 영장청구'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기로 사실상 결론지었다.

특위 소속인 민주당 의원은 "수사청에서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검토 후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될 것"이라며 "검사들은 현재 지위를 벗어놓고 수사관으로 수사청에 오게 된다"고 말했다.

또 수사청을 어떤 부처 밑에 둘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었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총리실 산하 등이 거론됐지만 법무부 산하에 두기로 가닥이 잡혔다.

소수의견(수사청에 영장청구권 부여)이 정리된 데엔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소동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장관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이 저에게 주신 말씀은 크게 두 가지"라며 "일단 올해부터 시작된 수사권 개혁의 안착이고, 범죄수사 대응 능력과 반부패 수사역량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는 말씀도 하셨다"고 말했다.

야당이 인사위원 추천을 하지 않으면서 공수처 출범이 미뤄지고 있고, 검찰 인사 갈등과 관련한 민정수석 사의 파동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검찰의 거센 반발까지 겹치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여권 일각에서는 '속도조절론'이 나온다.

다만 특위 간사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속도조절론을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전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 이낙연 대표 임기 내 단일안 발의…6월 처리

당초 2월 내에 수사청 신설법안을 내려던 검찰개혁특위는 영장청구권 등을 둘러싼 내부 이견 조율 과정이 길어지면서 3월 초까지 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특위 소속 의원들은 "이낙연 대표가 말을 꺼냈던 만큼 임기 내(3월 9일)에는 발의하겠다"고 했다.

당정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친 뒤 6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목표다. 4월엔 재보궐 선거 때문에 임시국회를 열기 사실상 어렵다.

원내지도부는 황운하 의원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특위 단일안을 병합심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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