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마네 현 조례안으로 제정된 이 행사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8년 연속으로 중앙정부 고위 인사가 참석하면서 양국관계의 긴장 요인이 돼왔다.
현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비교적 실용주의 성향으로 인해 기존과 다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결국 아베 외교정책의 계승자임을 확인했다.
오히려 스가 내각은 지난달 내각관방 영토·주권 대책기획조정실 홈페이지를 통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층 강화하며 도발 수위를 높인 측면이 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는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어를 포함한 11개 언어로 대외 홍보를 벌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일본이 "부질없는 도발"을 반복하는 것에 강력 항의하고 관련 행사 폐지를 엄중 촉구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올해 들어 대일 유화기조로 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은 조금의 변함도 없이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 곤혹스러운 속내까지 내비치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공식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바로 그날 외무상의 국회 연설에서 독도 소유권을 주장한데 이어, 위안부 문제에선 한국 측의 '시정책'을 요구하며 사실상 일방적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는 지난달 22일 부임 후 2주간의 방역격리를 마쳤지만 스가 총리나 모테기 외무상과의 면담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본 측의 후원을 받은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망언 파동까지 겹치면서 한일 간 감정의 골은 더 깊게 패였다.
우리 정부로선 4월 재보선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내 비판을 감수하고 일본에 마냥 손을 내밀기는 힘들게 됐다. 당장 3.1절 대일 메시지의 방향 자체가 고민스러운 시점인 것이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연구교수는 "한국이 뭔가 화해 제스처를 내밀었을 때 일본이 잡아줘야 하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다"면서 "양쪽 모두 선거 등이 있어 국내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4월쯤에는 외교청서 발표와 야스쿠니 춘계예대제 참배, 7월쯤에는 방위백서 발표가 이뤄져 그때마다 양국관계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한일관계 개선을 압박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을 자국에 유리한 환경으로 보고 느긋한 반면, 한국은 적극적인 대일 접근을 통해 일본 측의 '귀책사유'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한미일 3각 공조를 해나가면서 한일 간 문제에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미국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우세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한일 양측의 태도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한국의 명분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아베 퇴진을 계기로 한일관계의 투트랙 복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점을 미국 측에 효과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