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머스크가 쏘아올린 비트코인, 3년 전과 다른 점은?

18년 1월 2500만원→2월 800만원, 20년초 830만원→21년 2월 6500만원
기관과 기업 일부도 참여, 떠나갔던 개인도 다시 돌아와
가상화폐 거래소 여전히 통신판매업자로 규정, 법적 지위 그대로
3월부터 특금법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만 부과
내년부터 기타소득세 20% 내야…정부 "제도권 편입 아냐"

2017년 말 가상화폐 광풍이 불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도 "비트코인 해봤냐" "어떻게 하는 거냐"라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사람들이 만났다 하면 비트코인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급기야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까지 했고, 비트코인은 2018년 고점을 찍고 수직 낙하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때 폭락한 뒤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말이 함께 나왔고요. 최근에는 비트코인 가격 사상 최고라는 기사의 빈도수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투자 공개를 하면서 가상화폐 투자 기폭제가 됐고요. 그럼 지금은 2017년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가상화폐 광풍이 불던 때와 어떤 부분이 다르고 어떤 부분이 같을까요?

그래픽=김성기 기자
1. 가격은 얼마나 올랐나?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의 가격을 먼저 비교해보겠습니다. 가상화폐 광풍으로 비트코인이 최고점을 찍은 시기는 2018년 1월이었습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기준으로 2018년 1월 7일 비트코인은 개당 2500만원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하지만 고점을 찍은 뒤 10일 만에 1천만원 넘게 폭락하면서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이후 2월에는 800만원 선도 붕괴됐고 그 이후로 가상화폐 광풍은 잠잠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7월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 소식에 또 다시 16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다시 가라앉았고요. 그렇게 지난해 초만 해도 830만원이었던 비트코인은 11월 2천만원대에 올라섰습니다. 2년 10개월 만이었죠. 올해 들어서는 더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3일에는 3600만원을 찍더니, 2월 초 테슬라가 비트코인 1조 7천억원어치를 구매하고 결제 수단으로 허용한다고 하면서 5500만원(5만 달러)을 돌파한 겁니다.

특히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와 결제수단 허용 방침 공시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파파 머스크'라고 불릴 정도로 추앙받는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의 미래를 공인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죠. 역시나 비트코인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22일 오전에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65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었는데 오후 3시 10분 기준으로는 64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면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3일 0시 40분 기준 비트코인 6050만원선에서 거래. 참고로 가상화폐 거래소는 24시간 운영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트위터 캡처
2. 투자 참여 주체는 어떻게 달라졌나?

3년 전과 다른 점은 더 많은 시장 참여자가 들어왔고 그때보다 더 풍부한 유동성이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이로인해 그때보다 규모가 커진 건 말할 것도 없고요. 3년 전에는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시장을 견인했다면 현재는 개인 뿐 아니라 기관과 기업 일부도 참여의 폭을 키운 점도 다른 부분입니다. 현재 비트코인의 질주는 개인 뿐 아니라 기관과 기업 일부가 참여하면서 미래 사용 가치에 대한 의문을 품던 개인 투자자가 추가로 더 몰렸다고 해석되고 있고요.

먼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비트코인 시장 진입을 공식화했습니다. 블랙록은 기관들의 큰형님격인데 이같은 행보에 대해 가상화폐를 향한 본격적 '머니 무브'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며 가상화폐 투자 열기에 기름을 부었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가상자산을 수탁자산으로 취급하기로 선언한 것도 호재가 됐습니다. 캐나다에서 최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도 제도권 편입 기대를 높였고요.

국내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하던 개인 투자자들도 다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체 계좌수는 지난해 6월 말보다 155%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봐도 45%나 늘어났고요.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의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전월대비 휴면계좌 복구 증가율도 눈에 띕니다. 코빗의 전월대비 휴면계좌 복구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1744.29%, 지난해 12월 10.3%, 올해 1월에는 57.9%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코빗이 휴면계좌 복구 절차 간소화를 시행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줬겠지만, 11월 이전에는 휴면계좌 복구 증가율이 5%내외거나 오히려 줄어든 경우를 비교해봤을 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보여줍니다.

비트코인의 활용성에 대한 의문도 늘 따라붙었는데요. 테슬라가 차 값을 비트코인으로 낼 수 있게 하겠다고 '가상자산 화폐화'에 불을 붙인 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전자결제대행업체 다날의 자회사 다날핀테크가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힌 건데요. 편의점, 피자나 치킨 프랜차이즈 등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지나치게 큰 변동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가상자산업계 전문가는 "결제 수단으로 받는다고 해도 실제로 잘 이용될지는 의문이고,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범용화되는 것은 다르다"면서 "미래의 결제 수단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결제 수단이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3. 가상화폐 거래소 법적 지위와 서버 안정성은?

투자 주체와 규모가 달라진 반면,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와 거래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3년 전 가상화폐 거래소는 하루 1조원을 웃도는 거래 규모를 자랑하며 성장하고 있었지만 정부의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보안에 구멍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었는데요. 가상화폐 거래소가 '거래소'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전형적인 사설업체이기 때문에 체계나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었죠. 특히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회원을 모집하고 현금을 이체하면 전자화폐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해주는 등 거액의 금전 거래가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통신판매업자로 규정됐습니다. 인터넷쇼핑몰과 같은 법적 지위였는데요. 지금도 이 법적 지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윤병원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금융관계 법령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율하는 게 없기 때문에 과거와 똑같이 법적 지위가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달라진 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상 부여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뿐입니다. 특금법에 따라 ①시중은행과 실명입출금계정 계약을 반드시 맺어야하고요. ②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이같은 조건을 만족할 시 특금법상 신고된 취급업소가 되는 겁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스템 불안정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입출금과 주문 등 가장 기본 서비스 중단과 지연이 잦은 건데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 15일 오후 30여분간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하고 해당 서버를 점검했습니다. 18일 오전에도 약 1시간 동안 같은 문제로 서비스가 중단됐고요. 업계에선 업비트가 다른 거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서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비트마저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인 것이지요. 빗썸과 코빗도 최근 서버 다운 현상이 잇따라 나타났고요. 사이트 접속이 아예 중단되지 않더라도 서버가 불안해 매매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특성상 매매 타이밍을 놓쳐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죠.

법적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코인빗은 2019년 9월 자체적으로 발행한 코인 '판테온' 프로젝트가 논란에 휩싸이며 투자자들로부터 피소 당했습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코인빗은 판테온 투자유치를 위해 해외거래소 상장, 월간 이벤트 등을 약속했지만 상당수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반면 코인빗은 2020년 11월 21일 공지를 통해 "특금법 및 세법개정안에 따라 판테온 프로젝트 핵심인 배당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새로운 판테온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위한 리메이크를 결정했다"고 밝혔고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업무 절차. 금융위원회 제공
4. 가상화폐 세금은 언제부터 얼마?

내년부터는 세금도 부과됩니다. 가상화폐를 팔아 차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으면 20%의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요. 이를테면 내년에 비트코인으로 1천만원의 차익을 본 투자자 A는 수익에서 250만원을 뺀 나머지 750만원의 20%인 15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가상자산의 경우엔 과세 시행 이전 가격 상승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B라는 투자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실제 취득가액이 5천만원, 올해 말 시가가 1억원이라면 1억원에 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겠다는 의미죠.

세금을 내는 것이니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인정해주는 게 아니냐는 물음도 나오는데요.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소득세를 내라고 하지만 그 소득은 근로소득이나 이자소득, 금융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이거든요. 강연비나 복권 당첨금처럼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발생한 우발적인 소득과 같다는 뜻이지요. 규제를 하지만 가상자산을 금융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말이나 다름 없습니다.

가상화폐 전문가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3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달라는 말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뉴스를 보면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하니까 연기금 등이 투자를 하는 걸로 오해를 하는 분들도 많은데 기관 투자자의 범위는 넓습니다. 연기금부터 헤지펀드 사모펀드 자산운용사까지 다양하죠. 지금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가 누구인지도 잘 봐야 합니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가 다수로, 이들은 2013년에도 비트코인에 투자를 했습니다. 규모와 시장 참여자 부분에선 3년 전과 다른 부분이 일부 있겠지만 구조적인 부분에선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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