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예경보시스템' 둘러싸고 수상한 '뒷거래' 의혹

방송정보통신 업계 선두권 O업체
우월적 지위 악용…후발 업체시장 진입 방해
재난예경보 시스템 간 연동 대가 '음성적 뒷돈 요구'

자치단체 재난예경보시스템과 마을무선방송시스템 간 연동 대가로 뒷거래 의혹이 제기된 O업체 본사가 있는 건물. 카카오맵 로드뷰 캡처
전라북도 재난예경보시스템 구축업체가 자치단체 재난 예·경보시스템과 마을 단위 무선방송시스템 연계 과정에서 거액의 뒷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충북 진천군과 전북 진안군 등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이처럼 기술료 명목으로 음성적으로 뒷돈 거래와 요구가 이뤄졌다는 게 복수 통신업체의 일관된 주장이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전북 진안군 재난예경보 사업을 낙찰받아 추진하던 H업체는 전라북도 재난예경보시스템과 연동하라는 진안군 시방서에 따라 전라북도 시스템과의 연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라북도 시스템 서버에 접속하는 통신규약 방식이 변동형 보안접속 프로그램으로 운용돼 실패했다.

이때 H업체는 지난 2016년 전라북도 재난예경보 통합·연계시스템 서버를 구축한 O업체로부터 전라북도 서버와의 연동을 대가로 수천만 원을 요구받았다.

전라북도 재난예경보시스템 서버. 최명국 기자
O업체는 국내 방송정보통신 업계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업체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H업체는 전라북도에 자체 재난예경보 서버를 구축하는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마쳤다.

H업체 관계자는 "O업체는 무선통신기기 업계에서 우월적 지위와 시장 지배권을 활용해 입맛에 맞는 업체에 대해선 기존 서버와의 호환을 도와주고, 그렇지 않을 땐 후발 업체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O업체가 시스템 연동을 어렵게 하는데 사용한 변동형 접속보안프로그램은 기술료를 받을 만큼, 기술 수준이 높지 않고, 특허권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8년 충북 진천군에서도 이 같은 재난예경보 시스템 연동을 조건으로 O업체와 후발 업체 간 수천만 원의 음성적 뒷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진천군 관계자는 "시스템 연동을 이유로 업체 간 다소 마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후 재난방송과 마을방송을 통합하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업무 처리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H업체 관계자는 "재난예경보 시스템을 운용하는 자치단체가 중심을 잡고, 후발 업체가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는데 O업체의 횡포에 손만 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전북CBS는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차례 O업체와 연락을 시도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O업체 관계자는 "다른 업체의 주장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다"며 "그 어떤 취재에도 응하지 않겠으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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