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뮤지컬 '위키드' 얘기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관객을 만난 위키드는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초록 마녀'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 작품은 L. 프랭크 봄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겼다.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16개국에서 관객 6천만 명을 모은 히트작이다. 역대 브로드웨이 작품 중 총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세 작품(오페라의 유령·라이온 킹) 중 하나다.
이 작품은 두 여성의 연대를 통한 우정과 성장 스토리다. 쉬즈 대학에서 처음 만난 엘파바와 글린다는 외모와 성격이 딴판이다. 물과 기름 같던 두 마녀가 서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절친이 되는 과정이 재밌으면서도 감동적이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편견과 차별을 거두라는 메시지도 전한다. 피부색으로 인한 조롱과 불의에 당당히 맞서는 엘파바의 모습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배척받다가 말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구속까지 된 쉬즈 대학의 유일한 동물(염소) 교수 '딜라몬드', 휠체어 장애인이지만 훗날 먼치킨 랜드의 통치자로 우뚝 서는 엘파바의 동생 '네사 로즈' 등 등장인물의 면면에서도 이러한 메시지가 읽힌다.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엘파바는 옥주현과 손승연, 글린다는 정선아와 나하나가 맡았다. 2013년 한국어 초연 이후 8년 만에 재회한 옥주현과 정선아의 호흡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날 공연에서 옥주현은 정의감에 불타지만, 툭툭 내뱉는 한 마디로 관객을 들었나 놨다 했다. 정선아는 '글린다 최다 공연' 기록의 주인공답게 공주병 기질이 다분하지만 착한 마녀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했다.
옥주현이 "온 힘을 다해 마법사와 싸우겠다"고 다짐한 후 날아오르며 부르는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는 근사하고, 글린다가 "엘파바의 외모를 아름답게 바꿔주겠다"고 마음 먹은 뒤 부르는 '파퓰러'(Popular)'는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창력을 입증한 손승연은 이번 작품 오디션에서 "브로드웨이 초연 엘파바인 이디나 멘젤을 떠올리게 한다"는 극찬을 받았다. 나하나는 '시리노'. '빅피쉬'. '리지'를 통해 뮤지컬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신예다. 두 마녀의 사랑을 받는 로맨틱한 히어로 '피에로'는 서경수와 진태화, 거짓으로 권력을 쥔 '마법사' 역은 남경주와 이상준이 번갈아 연기한다.
5월 1일 서울 공연을 마친 후 같은 달 부산 드림씨어터로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