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절대강자인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이다. 파운드리란 고객사로부터 시스템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대신 완성품을 만들어 공급해주는 공장같은 개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54%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17%에 그쳤다. 수치상으로 3배가 넘는 격차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10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공정만을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 파운드리 업체중 초미세공정으로 생산이 아닌 양산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가 전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만 전문으로 하는 TSMC와는 달리 종합반도체회사인 관계로 애플같은 경쟁업체의 주문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 경쟁자에게 자신의 설계도를 보여준다는 불안감이 늘 수주의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최근 TSMC의 과부하로 인해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 공백을 삼성전자가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다.
실제로 삼성과 경쟁관계에 있는 애플은 TSMC에 주로 물량을 맡기는데, 5나노미터 생산 공정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가는 5G 모뎀칩을 만드는 퀄컴이 맡기는 물량까지 더하면 애플과 퀄컴은 TSMC 5나노미터 공정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5G 통신, 클라우드, 스마트기기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반도체 수요를 TSMC 홀로 감당하는게 쉽지 않게됐다.
이처럼 TSMC가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자 5나노미터 공정이 가능한 또 다른 업체인 삼성전자로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퀄컴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88'을 수주했는데 이번에 다시 '스냅드래곤 X65'의 위탁생산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로부터는 PC에서 입출력 장치를 제어하고 전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사우스브리지'를 공급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카드(GPU)도 수주하는 등 고객 다양화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다 AMD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건 TSMC에 자연스레 물량을 몰아줬지만, TSMC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업체들로서는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TSMC보다 파운드리 부문의 신규 투자액이 적고, 초미세공정의 기술력은 갖고 있지만 양품을 만들어 내는 비율이 다소 낮은 점 등은 향후 극복해야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