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은 20일 "이상열 감독이 2020-2021 V리그 잔여 경기 자진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감독은 오는 21일 6라운드 첫 경기인 OK금융그룹 배구단과의 경기부터 이상열 감독은 출장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2009년 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현 한국전력)를 구타해 '무기한 자격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이 감독은 2년 만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으로 현장에 복귀했고, 대학 배구 지도자와 해설위원 등을 거쳐 지난해 KB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았다.
최근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자 이 감독은 17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과거 자신의 폭력 경험을 떠올리며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고. 금전적이든 명예든 뭔가는 빼앗아가지, 좋게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인과응보가 있더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한다"면서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피해 당사자인 박철우는 18일 OK금융그룹과 원정을 앞두고 SNS 계정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감독이 대학 지도자 시절 선수에게 '박철우 때문에 넌 안 맞는 줄 알아'란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사과받고 싶은 생각은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또 "프로배구가 언론에 나쁘게 비치는 게 싫지만 (폭력 지도자 건을) 정면 돌파해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구단을 통해 박철우의 인터뷰 기사와 관련해 "과거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박철우 선수에게 깊은 상처를 준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죄하는 마음"이라면서 "또한 시즌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배구 팬들과 구단, 선수들에게도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KB손해보험은 "이상열 감독이 박철우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면서 "이 감독의 자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출장 포기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다시 한번 박철우 선수와 배구 팬들에게 12년 전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