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제5형사부(권기철 부장판사)는 중상해죄로 유죄를 받은 A(76)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살이던 지난 1964년 5월 6일 오후 8시쯤 집 근처 길거리에서 안면이 없는 B(78, 당시 21세)씨를 만났다.
B씨는 A씨를 넘어뜨리고 강제로 키스를 하려고 시도했고, 반항하던 A씨는 B씨의 혀를 깨물어 1.5cm 가량을 절단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B씨의 혀를 절단해 발음의 현저한 곤란을 당하게 했다는 이유로 중상해죄로 A씨를 기소했다
B씨에게는 특수주거침입 및 협박죄를 적용했다.
부산지법은 다음 해 1월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중상해죄로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판결 이후 55년이 흐른 지난해 5월 A씨는 여성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A씨 측은 먼저 "B씨가 혀 봉합 수술을 받아 육군에 입대한 사실을 토대로 중상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정당방위 상당성에 관한 법리적 판단을 그르쳐 무죄로 될 것이 유죄로 판단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검사는 긴급구속 요건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피고인을 불법 구금하고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등 재심대상 판결에 관여한 법관과 수사에 관여한 검사 등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무죄 등을 인정할 새로운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인 측의 주장처럼 B가 말을 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만, 그의 언어능력에는 실제로 상당한 장애가 발생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사의 불법체포감금죄, 협박죄 등에 대해서는 "검사의 불법 구금 등을 증명할 객관적이고 분명한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보면 공소에 관여한 검사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죄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성차별 인식과 가치관 변화 등에 비추어 볼 때 반세기 전에 이뤄진 재심 대상 사건을 지금의 잣대로 판단해 당시의 소송 진행이 직무상의 범죄를 구성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청구인의 재심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청구인의 용기와 외침이 공동체 구성원에게 커다란 울림과 영감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