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확장' 외치는 野 후보들, 백기완 조문은 안철수만…왜?

野 서울시장 후보들, 일제히 '중도표심' 호소 전략
안철수, 지난 16일 故 백기완 소장 조문…"민주화 헌신"
국민의힘, 빈소 찾은 후보 없어…경선 캠프 내부 논의 언급
대표적 '진보인사' 백 소장 조문 두고 보수층 눈치보기 등 부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주자들이 '중도층 표심'에 호소하는 가운데 야권 예비후보들 중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만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장 본경선을 진행 중인 국민의힘 예비후보들과 제3지대 경선 중인 금태섭 전 의원은 백 소장과 인연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었지만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 16일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 소장의 빈소를 조문했다. 진보진영 대표 지식인으로 꼽히는 백 소장은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 생활 중 89세로 지난 15일 타계했다.

안 대표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백 선생님은 시대의 거친 역풍에 온몸으로 맞서면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신 분"이라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선생님께서 바라신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조문에 앞서 상당수 정치권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박영선 예비후보를 비롯해 친이(친이명박)계 인사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등도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빈소를 방문해 조문 후 유가족을 위로했다. 고인이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부터 민주화 운동을 이끈 진보 인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친여 성향 정치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이 16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을 바꾸는힘 제1차 맞수토론'에서 무대에 오르기전 대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신환,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경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야권 예비후보들 중에선 안 대표만 빈소를 방문했다는 점은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본경선에 오른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 예비후보(기호순)와 무소속 금 전 의원은 백 소장과 개인적 인연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빈소를 찾지 않았다.

나 예비후보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토론회 등으로 너무 정신이 없어서 챙기지 못했는데, (조문을) 생각해보겠다"고 했고, 오세훈 예비후보도 "백 소장 생전에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편은 아니다. 캠프와 논의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예비후보는 "인연이 있는 분은 아니었다. 조문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고, 조 예비후보는 "현직 구청장이라서 행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조문 갈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금 전 의원도 "코로나 상황이고 해서 안 갔는데, 저희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최근 야권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중도표심' 호소 전략을 쓰고 있지만, 고인의 빈소 조문에 소극적인 것은 경선을 앞두고 보수층의 여론을 의식했다는 게 중론이다. 표면적으론 고인과 생전 인연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빈소 방문이 자칫 경선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백 소장은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의 모태가 된 '묏비나리'의 원작자로 1987년 대선에서 독자 민중 후보로도 출마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을 '보수반동'이라고 지적했고, 2014년 세월호 진상규명 집회와 2016년 탄핵 촛불집회 현장에 참석하는 등 국민의힘 전신 보수정당과는 꾸준히 대립해왔다. 백 소장의 이같은 행적을 고려하면 빈소 조문이 야권 후보들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에 비해 중도 쪽에 더 가까운 안 대표 입장에선 백 소장의 빈소 조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보수층이 기반인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진보 색채'가 강한 백 소장 빈소를 찾을 경우, 중도를 뛰어넘어 더 왼쪽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대표가 조문을 간 것을 보고 솔직히 고민을 했었다"며 "그런데 일면식도 없는 분의 빈소를 가는 게 오히려 쇼로 비춰질 수 있다는 판단에 안 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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