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고인께서)이제는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문 대통령에 남긴 '하얀 손수건'과 책을 전달했다. 백 선생은 통일이 돼 열차가 연결되면 이 하얀 손수건을 들고 자신의 고향인 황해도에 가고 싶어했다고 한다.
고인의 딸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황해도가 고향이시니까, 하얀 손수건을 쥐고 꼭 가고 싶다고 이걸(손수건을) 전달해 드리라고 하셨다"며 "(책은) 마지막에 쓰신 책이라서, 이것은 아버님의 모든 사상이 여기에 담겨 있기 때문에 (드린다)"고 선물을 전달했다.
지난해 초 입원 직후 남긴 영상 메시지에서 백 선생은 문 대통령에게 "다가서는 태도, 방법 이런 것 다 환영하고 싶습니다. 생각대로 잘되시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한마디 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 가기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 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김진숙 힘내라'였다"며 "코로나 이 상황에서 가장 힘없고 길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이 내몰리는 현실에 너무 가슴아파하셨다. 각별히 선생님께서 마지막 뜻이기도 하시니까 오셨으니까 말씀드린다. 각별히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끄덕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속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직접 조문한 건 세 차례다. 2018년 1월 밀양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고, 2019년 1월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 조문했다. 그해 12월엔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항공대원 5명의 영결식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