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수석은 최근 박 장관이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자 청와대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파악됐다. 법조계에선 신 수석이 여권 내 개혁 강경파의 입김에 밀린 것으로, 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때처럼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강경 개혁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새해 첫날인 1월1일 임명된 신 수석은 문재인정부의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검찰에 대한 강경대응에 집착하다 삐걱댄 '추미애 체제'를 수습할 구원투수로 여겨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신 수석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여기에 새로 임명된 박범계 장관 역시 "검찰 구성원들과 수시로 직접 만나 대화 하겠다"고 밝히면서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검찰 개혁의 완급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박 장관이 지난 7일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는 이 같은 관측을 무색게 했다. '추미애 라인' 또는 '친(親) 정부 성향'으로 분류됐던 이들 대부분은 자리를 유지하거나 요직으로 이동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되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게 대표적이다. 윤 총장 측 인사로 분류돼 좌천당했다는 평가가 나왔던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는 불발됐다. 이른바 채널A 사건을 계기 삼아 추 전 장관에 의해 일선에서 배제됐지만, 여태 기소조차 안 된 한 검사장의 일선 복귀는 신 수석이 나름 공을 들이던 카드였다.
검찰 안팎에선 "윤석열 고립체제 유지"라는 표현과 함께 "윤 총장을 겨냥하는 강경 개혁론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비서관과 달리 신 수석은 박 장관과의 인사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 수석이 지난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 같은 '패싱 인사'의 결과라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 출신 인사도 "박 장관이 검찰과 소통 제스처를 취하긴 했지만, 결국 '추미애 법무부' 때와 마찬가지로 강경파와 긴밀히 호흡한 것"이라며 "신 수석은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신현수 패싱 논란'과 관련해 박 장관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통령이 야심차게 임명한 민정수석은 검찰 고위급 인사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전임자들과 호흡을 맞춘 민정비서관이 주도하는 '이상한 현상'은 민정수석 교체 과정에서부터 예견됐다는 시각도 있다. 신 수석이 임명된 지 1개월이 훨씬 지났지만 정작 손발을 맞춰야할 민정수석실 인사가 여태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신 수석은 구체제 속에서 일부 개각과 검찰 인사 과정을 맞이해야 했다.
박 장관 취임 한 달도 안 돼 인사 관련 갈등이 부각되고, 신 수석이 사의를 표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검찰 내부에선 "개혁 방식의 변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본다"는 말이 나온다.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등 검찰 해체 수준의 개혁법이 여권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류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늦어도 다음 주 내로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윤석열 견제‧고립'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 같다"며 "향후 인사도 신 수석의 거취와는 무관하게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4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게 결과적으로 신 수석의 입지를 좁히고, 강경개혁론의 명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그러나 애초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와 민정수석 간 통상적인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신 수석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 자체가 적었다는 반론도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