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뉴스는 단연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 소식이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을 더욱 자주 하게 되면서 쿠팡을 한 번쯤은 이용해봤을텐데요. 그 쿠팡이 한국 증시가 아닌 미국 증시로 간다니 놀라움과 아쉬움이 교차했을 겁니다. 한국 증시 패싱 논란까지 나왔으니까요.
이제 관심은 쿠팡에 투자를 할 거냐 말 거냐, 할 거면 어떻게 할거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미국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선 '쿠팡을 사겠다' vs '그 돈으로 다른 주식을 사겠다'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쿠팡이 공개한 기업 정보부터 체크하는게 순서겠죠. 쿠팡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는지, 투자 하기 전에 체크해야할 사실들을 알아봤습니다.
쿠팡이 미국으로 간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유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①더 큰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②손정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회장의 투자금 회수와 맞물려서 ③차등의결권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뉴욕 증시가 세계 최대 규모이기 때문에 ①은 당연하고, ②의 경우 비전펀드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3분기에는 손 회장이 투자금 회수를 발표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유로 보여집니다.
③ 차등의결권의 경우 증권가는 설득력 있게 보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차등의결권이란 창업주에게 다른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을 견제하고 의사결정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장치인데요. 김범석 의장이 가진 클래스B주식 1주는 일반 주식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습니다. 하지만 차등의결권은 미국에만 있는 제도는 아닙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허용하고 있고, 2014년 알리바바가 홍콩 대신 뉴욕 증시를 택한 뒤 2018년 홍콩과 싱가포르에도 도입됐습니다. 국내에서도 법안이 발의는 됐지만 논의가 활발하진 않은 상태입니다.
쿠팡이 왜 미국으로 갔느냐는 물음과 함께 한국 증시를 패싱했느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쿠팡의 국내 상장 논의는 없었습니다. 일각에선 쿠팡이 만성 적자이기 때문에 상장 요건이 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코스피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경영 성과'와 '성장성' 요건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 시켜야 하는게 아니라 둘 중 하나만 갖춰지면 상장 가능합니다. 신병철 한국거래소 상장부장은 "성장성과 경영성과 조건이 앤드(and)가 아니고 오어(or)로, 둘 중 한가지를 충족하면 상장이 가능하다"면서 "적자지만 성장성 요건이 갖춰지면 성장성 요건으로 상장 청구가 가능하다. 쿠팡의 경우 국내 증시 상장이 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쿠팡의 미국 행에 대해 아쉬워 하면서도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사실 쿠팡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 아쉽긴 하다"면서도 "법적으로 쿠팡의 본사(쿠팡 LLC)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고 영업을 한국에서 하는 것으로, 결국은 미국에 있는 쿠팡이 미국 증시로 간 것이지 한국에 있는 쿠팡이 미국으로 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쿠팡 관계자는 "상장 기업들은 미국증권거래위원회의 침묵 기간(Quiet Period)을 거치게 돼 있어 IPO(기업공개)와 관련해 따로 입장을 말할 수 없다"면서 "현재는 확실히 상장 전 그 기간에 들어와 있으며 상장 이후에도 약 한 달 동안은 관련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IPO가 흥행을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쿠팡의 공모주를 사려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미국에서는 일반 투자자 공모주 청약 절차가 없어 쿠팡의 공모주를 살 수 없습니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배정하기 때문입니다. 인기 없는 공모주의 경우 VIP에게만 공모주를 극소수로 배정하죠. 그렇기 때문에 쿠팡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은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다음에야 살 수 있습니다. 이르면 다음 달 상장 예정인데 종목 코드는 CPNG입니다. 상장 후에는 변동성이 크고 미국 주식은 상·하한가가 없으니 이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간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규 상장 종목으로 구성된 IPO ETF를 사서 투자하는 건데요. 대표적인 ETF로 '르네상스 IPO ETF', '퍼스트 트러스트 US 에퀴티 오퍼튜니티 ETF' 등이 꼽힙니다. 르네상스 IPO ETF는 우버·모더나 등 2년 내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75% 이내 종목을 담고 있는데요. 쿠팡이 시가총액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르네상스 IPO ETF에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종목당 편입 비중이 최대 10%로 묶여 쿠팡에 100% 투자를 하는 건 아닙니다.
국내에 상장된 물류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투자도 가능합니다.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리츠에 투자하는 겁니다. 증시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습니다. 국내 물류 리츠로는 ESR켄달스퀘어리츠가 있는데요. 이 리츠는 쿠팡의 물류센터 중 30%를 보유해 운용합니다. 임대 면적의 49%를 쿠팡이 쓰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쿠팡 상장으로 물류센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상장 추진은 물류센터의 추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쿠팡에 투자를 하기 전 쿠팡의 실적부터 확인해봐야겠죠. 그동안 4월쯤 발표되는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만 1년에 한 번씩 쿠팡의 실적 확인이 가능했는데요. 이번 증권신고서를 통해 두 달 정도 빠르게 쿠팡의 2020년 실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20년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약 13조원(119억 6733만 달러), 약 5800억원(5억 2273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년도와 비교하자면 1년 사이 매출액이 무려 90.9%나 증가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업손실은 여전히 5500억 원 규모로 결코 작지 않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00억 원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매출액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워낙 수요가 좋다보니 마케팅 비용도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입니다. 실제 매출총이익률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판관비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이 확인됐거든요.
실적뿐 아니라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고객 데이터도 공개가 됐습니다. 기존 고객들의 구매 금액은 매년 증가했습니다. 2016년 쿠팡을 이용하기 시작한 고객 집단은 5년 후인 2020년 연간 소비 금액이 3.59배 증가했으며 2017년 고객 집단 역시 4년 후에 연간 소비 금액이 3.46배 증가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6년에 쿠팡에 100만 원을 쓴 사람이라면 2020년에는 359만 원을 썼다는 거죠.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도 2020년 기준 90%에 달했습니다. 이 말은 10명 가운데 9명이 쿠팡을 다시 찾는 의미인데요. 쿠팡을 아예 안 쓴 사람은 있어도 쿠팡을 한 번 쓴 사람은 대부분 다시 쿠팡을 썼다는 거나 다름 없죠.
2020년 말 기준으로 봤을 때 최근 3개월 동안 쿠팡에서 뭐라도 하나 이상 산 사람은 1480만 명으로 집계 됐는데요. 참고로 국내 가구수가 약 2천만으로, 대부분의 가구가 쿠팡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들은 연간 30만원(256달러)을 쓰고요. 이 가운데 32%는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로 470만 명이 넘는데요. 미가입자대비 4배 이상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쿠팡은 선제적으로 배당 정책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금 배당금 지급 계획이 없다고 한 건데요. 사업의 발전과 확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가용 자금과 미래 수익을 유보시킬 계획이어서 가까운 시일 내 현금 배당금 지급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숫자 너머에 있는 문제들도 주시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영업현금흐름입니다. 영업현금흐름은 순수하게 영업 활동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현금의 드나듦'을 보여주는 지표인데요. 투자 재무 활동은 빼고요. 지난해 쿠팡의 영업현금흐름은 약 3515억원 (3억 155만 달러)으로, 19년의 -3584억원(-3억 1184만 달러)보다 약 6759억원(6억 1339만 달러) 늘었습니다.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된 건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5년 이후 6년 만인데요. 이 때문에 외부의 수혈 없이도 쿠팡의 사업이 이제 안정기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영업현금흐름을 1년 새 가장 크게 늘린 항목이 '매입채무'인 부분을 눈여겨보면 섣부른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매입채무는 납품업체에 지불해야 할 '외상값'을 말합니다. 갚아야 할 돈이지만 당장 빠져나가진 않기 때문에 영업현금흐름에선 '유입'으로 처리됩니다. 잠시 머무르는 돈이지만 가지고 있는 돈으로 보는 것이죠. 쿠팡의 매입채무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두 가지로, ①급증한 매출 ②지각 정산으로 꼽힙니다. 고객에게 물건을 팔아 들어 온 돈을 쿠팡이 납품업자에게 바로 지급하지 않고 통상 두 달 뒤에 다소 늦게 지급하면서 쿠팡의 현금흐름이 부쩍 개선된 듯 보이게 한 겁니다.
한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이커머스 회사들이 이처럼 뒤늦은 정산을 하긴 하는데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쿠팡이 배송은 로켓배송일지 모르지만 대금 지불은 로켓이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타 이커머스 업체에 비해서도 늦게 정산을 하면서 현금 흐름을 좋게 보이는 효과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