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산권을 대표하는 대형 의료기관 중 하나였던 침례병원이 파산한 지 5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성 있는 대안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지역 의료 공백은 현실화했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공공의료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부산CBS는 3차례에 걸쳐 침례병원 공공 개발 필요성과 현실, 과제를 살펴보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침례병원 폐업에 따른 의료 공백에도 수년 동안 난항을 겪는 공공병원 설립 계획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
①60년 역사 침례병원 폐업 5년…갈길 먼 공공병원 설립 (계속) |
◇ 침례병원 2017년 파산…지역 의료 공백 장기화
하지만 이전 이후 의료서비스 안팎 상황이 급변하면서 경영난이 시작됐고, 한때 30억원을 넘던 월 매출은 1억원대로 급감했다. 직원 임금까지 주지 못하며 의료 서비스에도 차질이 생겼다. 결국 2017년 1월 잠정 휴업에 돌입한 뒤, 다시는 문을 열지 못하고 같은 해 7월 폐업했다. 법원 매각 절차 끝에 지난해 4월 422억 7천만원에 민간에 매각되며, 병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금정구 유일한 종합병원이자, 응급의료기관이던 침례병원이 사라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금정구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가 지역을 벗어나 해운대백병원이나 양산부산대병원 등 다른 시·구·군 병원까지 옮겨지는 사례가 급증했다.
실제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고혈압과 당뇨를 앓던 70대 여성이 인근에서 치료받을 곳을 찾지 못해 경남 창원경상대병원까지 이송됐다. 불과 일주일 뒤에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70대 남성이 고신대병원까지 옮겨지기도 했다. 우려하던 의료 공백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 "동부산 공공의료기관 만들어 의료 공백 막자" 지역 공감대 형성
지역에서는 이런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나 부산시가 침례병원을 인수해 공공의료기관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동부산권은 공공의료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부산지역 공공의료 서비스 축을 구성하고 균형을 갖기 위해서라도 동부산권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공공의료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산시 역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018년에는 시민, 전문가와 함께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추진 공동 TF'를 구성해 지금까지 18차례 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6월에는 공공병원 확충 타당성을 알아보기 위한 용역을 진행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부산시민대책위원회 민병훈 집행위원은 "침례병원이 문을 닫은 뒤 지역 주민들은 의료 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동부산권에 대형 의료기관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 지역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공공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침례병원을 공공의료기관으로 만드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 부산시, 서부산의료원 본격화에 동부산권 의료기관 설립 사실상 '포기'
부산시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추진하던 서부산의료원이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올해부터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재정적인 압박이 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결국 시에서 직접 공공의료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 계획은 당장 실현하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침례병원 활용 방안을 놓고 부산시와 시민사회가 4년 넘게 고민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지역 의료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현실적인 대안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부산시 입장에서는 현재 부산의료원 운영 부담에 서부산의료원 개발 사업비까지 필요한 상황에서 침례병원 인수 등 동부산권 공공의료기관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지역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공공의료 시스템을 확대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고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