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론'은 김경수용 시간벌기?

친문 일부서 '대선 180일 전 선출'에서 '120일 전' 선출로 연기 목소리
이재명 지사에 맞설 친문 진영 제3후보 준비 시간벌기용 시각
제3후보들은 반색…일부 최고위원과 교감
친이재명계는 격앙…'당 쪼개질 수 있다' 우려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한형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자 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 안팎에선 현재 지지율 1위로 올라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맞설 제3후보가 등장할 공간을 남겨두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등장한 경선 연기론…제3후보군 반색하지만 실속은 김경수가 챙긴다?

경선 연기론은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압도적 지지율을 보였던 이낙연 현 당 대표에 대한 견제구였다.

하지만 이해찬 전 대표 등 당시 지도부가 "먼저 대선후보를 확정했을 때 본선에서 승리했다"는 경험칙을 근거로 현행 당헌을 고수했다.

그 뒤로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일 180일 전'(9월)까지 후보 선출을 마치도록 규정한 당헌을 지키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당시 후보가 꽃다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반면 '선거일 120일 전'(11월)까지로 미루자는 측에서는 집단 면역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 면역이 형성되기 전인 여름에 전당대회를 치를 순 없다는 논리다. 경선 흥행 측면에서도 야당과 비슷한 시기에 치러야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내는 좀더 복잡하다.

친문 일각에서 4월 대법원 판결 이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차기 주자로 나설 시간적 여유를 만들겠다는 속셈에서 경선 연기론을 띄웠다는 후문이다. 김 지사를 대신할 적자를 찾지 못한 탓에 시간벌기가 필요하다는 것.

여기에 현재 '마의 5%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제3후보군들의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지면서 이들과 일부 최고위원들이 경선 연기론을 놓고 교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경수는 차차기…대법 판결도 안나왔는데 '설레발'" 내부 비판도

다만 이같은 김경수 띄우기가 여러 갈래로 나뉜 친문 진영의 공통된 움직임은 아니다.

굳이 무리해서 김 지사를 차기주자로 내보내기보다 그 다음 대선에 나오는 게 낫다고 보는 친문 인사도 상당수다. 친문 진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없이 국정운영에 돌입한 탓에 애로사항이 많았고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때문에 친노와 친문을 잇는 가교이자 친문 적자인 김 지사만큼은 '준비된 대통령'으로 다듬고 싶어하는 의지도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도지사. 연합뉴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판결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주변에서 설레발을 치는 것"이라며 "김 지사 본인도 전혀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해찬 전 대표가 다져놓은 시스템 정당을 대선주자 간 합종연횡으로 대선 직전 망가뜨리진 못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180석 거대 정당으로 몸집이 비대해진 상황에서 자칫 당이 두 동강 날 수 있다는 경계론이 더 우세하다.

당장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경선 연기론에 격앙된 분위기다. 정성호 의원은 "지지율 1위 후보를 견제하고 특정인이나 특정 계파의 유불리를 따져 경선 일정을 연기한다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볼지 벌써 걱정"이라며 "경선 연기론은 아무런 명분이 없는 황당한 이야기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민형배 의원도 "우리 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를 이간시키며 분열프레임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 연기는 논의된 바도, 검토된 바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박광온 사무총장 등이 나서 경선 연기론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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