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처음으로 TV토론회에서 맞붙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그간 보여 왔던 이른바 '남매 케미'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저격을 개시했다.
그간 단일화 방식을 두고 치열하게 신경전을 펼치던 보수 야권에서는 크고 작은 잡음 속에서도 어떻게든 시장 자리를 여당에서 가져오는 것이 우선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정에 힘을 싣고 있다.
◇사라진 "누님, 동상"…칼 빼든 禹, 맞대응하는 朴의 본격 설전
민주당 경선은 최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경선 초반 서로를 "누님", "동상"으로 부르며 우애를 자랑했던 우상호 예비후보와 박영선 예비후보가 정책, 공약 등을 두고 날선 공방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지율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우 예비후보는 정체성까지 운운하며 연일 박 예비후보를 향한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일반국민여론조사 100%로 치러지는 국민의힘 경선과 달리 당원 50%, 일반국민여론조사 50%로 치러지기 때문에 당원 표심을 저격하는 것이 인지도를 높이는 것만큼 중요하다.
우 예비후보는 이를 활용하기 위해 '민주당다움'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박 예비후보가 공약이나 정체성 측면에서 민주당답지 못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21분 콤팩트 도시', '여의도 수직정원' 등을 박 예비후보의 대표적인 민주당답지 않은 공약으로 꼽고 있다.
우 예비후보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세금으로 지하를 파서 위에다가 수직정원을 만들어서 거기에서 시민들이 채소도 따먹고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공약이 왠지 절실한 서민공약 같지가 않다"며 "왠지 좀 한가해 보이는 공약이 아니냐. 그래서 민주당답지 않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예비후보는 "민주당답다는 게 무슨 말인지 되묻고 싶다. 우리 집권 여당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특정 지지세력에 기대기보다는 유권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정책으로 승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우 예비후보는 "막대한 국민세금을 퍼부어서 도로를 지하화한 다음에 정원을 짓겠다는 구상이 서민의 삶과 관련이 있느냐. 저는 아무리 봐도 여의도는 수직정원을 만드는 것보다는 세계적인 금융허브를 육성하는 정책이 어울리지 않나 생각한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랜드마크에 너무 집착하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예비후보는 "미국 버지니아에 위치한 아마존 제2의 본사 건물이 수직정원 형태로 돼 있다"며 "도시 환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와 관련해 수직정원으로 가는 것이 하나의 전 세계적 추세로 잡혀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정체성과 관련한 설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 예비후보는 진보진영 후보가 민주당을 대표할 수 있다며, 열린민주당을 비롯해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이름으로 함께 지난 총선을 치른 이른바 범여권 후보들과의 단일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박 예비후보는 여권 주자의 자격으로 보다 통 큰 리더십을 강조, 무소속으로 이번 선거에 나서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제3지대 경선 중인 금태섭 전 의원까지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예비후보는 TV토론회에서도 박 후보에게 선명성을 요구했다. 그는 "야권에서 단일후보가 나와 양자구도가 되면 상황이 녹록치 않다. 범민주 지지층이 총결집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범민주 진보진영이 총결집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진보 정책을 내걸고 나가야 한다. 후보를 내지 않은 정의당 지지층이 투표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예비후보는 "서울 시민들이 서울시장을 선택할 때 이 사람이 과연 서울시장 감이냐, 그리고 능력이 있느냐, 또 성과가 있느냐 이 부분을 가장 많이 생각하실 거라 생각하고 있다"며 정체성과 선명성보다는 자질과 행정능력이 뛰어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뜨겁게 신경전 중인 두 후보지만 약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우 예비후보는 이번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 여사를 위로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2차 가해 논란에 휘말렸다.
박 예비후보는 엄마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여성 공약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서울시장 되찾자'…범야권 후보들 갈등 속에도 협력 무드
'투트랙' 경선을 진행 중인 야권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진흙탕 싸움'에서 '공감대 형성'으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당초 국민의힘 오세훈‧나경원 등 유력 주자들은 최종 단일화 대상으로 꼽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지만, 설 명절 전후 안 대표와의 '서울시 공동운영'을 언급하는 등 입장을 선회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오세훈 전 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은 초반엔 당내 경선에서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통 지지층인 보수층에 호소하는 전략을 써왔다.
특히 법관탄핵 과정에서 거짓 해명으로 도마에 오른 김명수 대법원장과 관련해 오 예비후보와 나 예비후보는 일제히 '안철수 책임론'까지 제기했었다.
안 대표를 향한 공세의 분위기는 설 연휴를 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 예비후보와 나 예비후보는 지난 13일 각각 서울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안 대표와의 서울시 공동운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연립지방정부 구성을 제안했던 안 대표도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화답했다.
이로써 보수야권의 주요 후보들이 서울시 연립정부 구성에 모두 동의를 하게 됐다.
이같은 변화는 보수야권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여권 후보에게 승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최근의 여론을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양측의 지지층이 총결집하지 않을 경우 선거에서 질 수 있는 만큼 상대 후보의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측이나 국민의당 측 모두 선거 승리 후 서울시의 상당지분을 양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중도성향의 범보수진영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던 오 예비후보로서는 범보수 주자들 중 안 대표의 지지율이 여전히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해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당내 일반 여론조사에서 오 예비후보가 나 예비후보에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는 등 국민의힘 경선의 판도 변화도 또 하나의 이유다.
당원 투표에선 압승했던 나 예비후보가 일반 여론조사에서 오 예비후보에게 추월당하면서, 100% 여론조사로 진행되는 본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표심을 공략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3지대 단일화도 우여곡절 끝에 절차를 시작했다.
안 대표 측과 무소속 금 전 의원 측 실무단은 이날 오후 만나 협상을 오는 18일 1차 TV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매체 선정은 금 전 의원 측의 요구를, 토론 형식은 안 대표 측의 의사를 반영했다.
다만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1차 TV토론이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하루 전날 무산됐다가 다시 합의가 이뤄지는 등 양측의 감정싸움이 이뤄진 바 있어 향후에도 불협화음의 가능성을 남겨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