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나'를 의심케 만드는 심리대결 '마리오네트'

외화 '마리오네트'(감독 엘버트 반 스트리엔)

외화 '마리오네트' 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것은 '나'의 선택일까 아니면 예정된 운명을 따른 행동인 걸까. 때때로 나라는 존재가 가진 선택이 진짜인지, 즉 나는 자유의지를 갖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존재인지 의심을 가져볼 때가 있다. 마치 끈에 연결된 마리오네트처럼 말이다. 영화 '마리오네트'는 존재와 운명에 대한 질문이 담긴 상자를 스릴러로 포장한 작품이다.

아동 심리치료사 메리언(테크라 레우텐)은 매니(엘리야 울프)라는 특별한 아홉 살 소년을 돌보게 된다. 특이한 점은 항상 말없이 그림만 그리던 매니가 자신이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메리언은 그런 매니의 말을 믿지 않지만, 교통사고나 홍수 등 매니의 그림 속 여러 사건·사고들이 현실에서 이뤄지면서 의혹을 갖게 된다. 그렇게 메리언은 매니를 둘러싼 비밀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매니와 메리언 사이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영화는 내 머리에서 나가라고 소리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후 영화는 미래를 예언하는 매니와 그런 매니의 말을 믿지 않는 메리언 사이 심리적인 대결을 이끌어간다.

영화는 곳곳에서 현실과 생각에 관해 의심하게 만든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마리오네트'는 영화가 보여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마리오네트'는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이 정말로 '현실'인지 질문을 던지고 모든 질병과 문제의 근원이 '생각'이라는 메리언의 말을 통해 사고하는 나(자신)에 관해 의심하고 질문하도록 유도한다.

외화 '마리오네트' 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이를 위해 끊임없이 '현실'이라는 단어를 화면 속에 소환하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가져와 선택과 결정 그리고 다중 세계를 암시한다.


하나하나의 단서와 암시들이 모여 영화가 질문하고자 하는 것은 '존재'와 그 존재를 둘러싼 '운명'이다. 정확히는 내가 하는 생각과 선택이 오롯이 나라는 존재의 자유의지로 행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삶이 잘 짜인 각본처럼 정해져 있고 심지어 내가 하는 선택조차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를 묻는다.

내가 하는 선택이 누군가의 개입이 아니라 온전한 나의 자유의지로 이뤄진 것임을 증명하고 싶은 메리언은 매니의 그림 속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한다. 운명을 거부하고 이끌리지 않겠다는 메리언은 진짜 자신의 선택이라 믿은 것조차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됨을 느끼고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의심과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영화 속 메리언과 매니에게서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단어는 '트라우마'이고, 앞서 강조한 존재와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둘은 모두 과거 커다란 사고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고 겉으로 보이든 보이지 않든 큰 상실감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영화에서는 종종 메리언의 과거를 더듬어가며 그가 가진 상처와 슬픔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트라우마는 때때로 현실에 발 디디기를 두렵게 만들고 과거의 선택과 사건에 대해 엄청난 죄책감을 안긴다. 그로 인해 과거를 부정하고 현실의 삶, 현실의 나에게서 도망치려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생존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외화 '마리오네트' 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여기서 영화의 반전이 드러난다. 죄책감과 충격, 두려움에 빠진 인간의 심연에서 벌어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등을 보여준다. 즉 트라우마를 가진 인간이 어떤 고통을 겪고 어떻게 마주하고 어떻게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트라우마를 가져오는 사건은, 때로 지금의 상황이 나의 의지를 벗어난 누군가의 질 나쁜 장난처럼 느껴지게끔 만든다. 인간 존재란 마치 '운명의 꼭두각시'처럼 여겨지게 되고, 그때 나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의지를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트라우마를 얻는 과정이 누군가 말하는 운명이라면, 적어도 그로부터 벗어나거나 벗어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건 운명의 한가운데에 놓인 '나'라는 존재다.

'마리오네트'는 오락적인 장면이나 극적인 장치, 장르적 쾌감보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더 크게 뇌리를 강타하는 영화다. 선택이란 무엇인지, 운명이란 무엇인지, 나란 존재와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게끔 만드는 자유의지란 무엇인지에 관해 아찔하게 묻고 또 묻는 까닭이다.

112분 상영, 2월 17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마리오네트' 포스터. ㈜이놀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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